모듈러 주택 제작·설치 4~6주
현장 건축보다 비용 30% 절감
LG전자 가전기술 협업도 눈길
인허가까지 3~6개월 개선 숙제
“美 법인 설립·해외 진출” 포부
“집도 자동차처럼 공장에서 생산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을 골라 구매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누구나 좋은 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마련할 수 있도록 주택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홍윤택(35·사진) 스페이스웨이비 대표는 자신이 꿈꾸는 주택의 미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홍 대표가 이끄는 ‘스페이스웨이비’는 주택의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설치하는 모듈러 건축 스타트업이다. 홍 대표는 ‘공간을 제품화하는 회사’라고 소개한다.
홍 대표가 미국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시절 모듈러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현지에선 32층 규모의 모듈러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었는데, 도로가 혼잡하고 빈 땅이 부족한 뉴욕에서 공사 소음과 먼지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방식으로 보였다. 홍 대표는 “아파트를 모듈러 방식으로 짓는 걸 보고 건설 공법이 많이 바뀌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9년 창업에 나선 홍 대표는 2021년 법인을 설립했다. 경기 화성과 충남 당진에 생산공장 두 곳을 운영하며 지금까지 모듈러 건축물 250개 이상을 공급했다. 이어 주말주택을 비롯해 리조트 숙박시설과 기업 사무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LG전자의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 제작도 맡고 있다. 스마트코티지는 LG전자의 가전제품과 냉난방·에너지 관리 기술을 적용한 주택으로, 스페이스웨이비가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공급한다. 홍 대표는 “벽체 마감재의 색상 차이까지 측정 장비로 확인하고 실내 소음도 데시벨 단위로 측정한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강조했다.
가격과 공급 방식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스페이스웨이비의 20평형 주택은 기본 가격이 약 1억2000만원이다. 기초공사와 운송·설치, 전기·수도 연결 등을 포함하면 토지 가격을 제외하고 약 1억5000만원이 든다. 30평형은 2억∼2억2000만원 수준이다. 홍 대표는 “같은 사양이라면 일반적인 현장 건축보다 비용을 20∼30% 줄일 수 있다”며 상담부터 설계, 인허가, 제작, 설치까지 전 과정을 맡는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공사 기간도 단축했다. 일반적인 주택은 현장에서 기초공사부터 골조·마감공사까지 차례로 진행해야 하지만,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주요 구조물을 제작하는 동안 현장 기초공사를 병행한다. 스페이스웨이비의 경우 제작부터 설치까지 4∼6주가 걸리고 현장 설치는 하루면 가능하다고 한다. 설계 과정에도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을 도입했다. 자체 개발한 설계 소프트웨어를 건축 상담에 활용하면서 과거 7명이 맡던 설계 업무를 현재는 2명이 담당한다.
다만 3∼6개월이 소요되는 인허가 절차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집을 만드는 시간보다 허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몇 배나 길다. 홍 대표는 “기술 발전에 비해 정책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가 꿈꾸는 것은 자동차처럼 사전 인증을 받은 주택을 소비자가 선택해 구매하는 시장이다. 할부나 리스 등 금융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집도 표준화된 모델을 사전에 인증받아 공급할 수 있다면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모듈러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대표는 “기존에 사업을 해온 업체들 중심으로 발주가 이뤄지다 보니 저희 같은 기업은 참여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품질과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더 많은 기업에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페이스웨이비는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텍사스주 경제개발 관련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동남아시아 등지에 7곳의 현지 협력망도 구축했다. 홍 대표는 “2∼3년 전부터 해외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현지 건축 담당자와 정부 기관을 만나고 인허가 기준을 확인했다”며 “한국에서 집을 수출하는 첫 번째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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