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세 시장의 위기는 ‘가격 폭등’이었다. 보증금이 억 단위로 뛰어도 어떻게든 전세대출을 보태거나 저축을 헐어 넣으면 눌러앉을 방법이 있었으나 2027년을 기점으로 서울 임대차 시장이 맞닥뜨릴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 돈을 더 내고 싶어도 계약할 집 자체가 아예 자취를 감추는 ‘전세 매물 소멸’의 시대가 문을 열기 때문이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적시된 전국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주간 0.00%~0.10% 안팎에서 횡보하며 고요해 보이지만, 임대차 시장 밑바닥에는 전셋집 자체가 통째로 증발하는 구조적 덫이 깔리고 있다.
◆ 단순 입주 절벽 아닌 ‘제도적 감금’… 신축 전세가 시장에 안 나온다
시장 조사 기관(한국부동산원·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서울의 연간 적정 아파트 수요는 최소 4만 7000호 수준이다. 그러나 2026년 2만 4000호 선으로 내려앉은 입주 물량은 2027년부터 연간 1만 1000호 안팎으로 급감한다. 정상 수준 대비 4분의 1 토막이다.
과거 대단지 입주장에는 갭투자자(전세 낀 매매)들이 내놓는 수천 가구의 신축 전세 매물이 쏟아지며 일대 전셋값을 안정시키는 완충 작용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실거주 의무와 토지거래허가제 등 촘촘한 그물망 규제가 작동하면서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신규 아파트가 완공돼도 임대차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매물이 원천 봉쇄된 셈이다.
정비사업에 따른 기존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가 겹치는 반면, 새로 나오는 매물은 한 줌에 불과해 서울 임대차 시장은 거래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매물 실종’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 신혼부부 5만 쌍의 강제 월세화… 버티다 못해 터지는 ‘생존 매수’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매년 새로 가정을 꾸리는 신혼부부는 5만 쌍 안팎에 달한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청년 유입까지 합치면 독립 주거 수요는 매년 누적된다.
하지만 시장에 들어설 문은 닫혔다. 전세 매물이 마르면 선택지는 고스란히 월세로 좁혀지지만, 급증한 수요로 인해 월세 비용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는다. 보증금 대출을 늘려 전세를 유지하던 서민들의 사다리가 끊어지자, 시장에서는 원치 않는 집을 억지로 사야 하는 ‘생존 매수’ 현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서울 외곽조차 대출 규제와 이전 가격 상승 탓에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태다. 결국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한 청년·신혼부부 실수요자들은 전세 대란을 견디지 못하고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떠밀리듯 주거지를 옮길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 전문가 진단… “2026년이 화양연화, 1억~2억 원 무주택자는 역세권 구축 주목해야”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월세 시장은 2026년 올해가 그나마 가장 나은 ‘화양연화’이며, 입주 물량이 반토막 나는 2027년에는 전세난이 아니라 전세 소멸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과거의 전세난이 가격 상승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전세 매물 씨가 마른 것이 본질”이라며 “결혼해서 들어갈 전셋집도 없고 월세마저 뛰다 보니 대출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이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 외곽으로 번져나가는 순환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억 원에서 2억 원 수준의 종잣돈을 쥔 무주택자의 생존 전략에 대해 김 소장은 “가점이 70점 이상인 다자녀 장기 무주택자가 아니라면 서울 로또 청약에 매달리는 것은 희망 고문”이라며 “가용 자금이 부족할수록 서울 진입 집착을 버리고, 2028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호재가 있는 경기 안산 성포동 일대 주공아파트나 7호선 라인 인천 부평구 일대처럼 ‘철도 교통망’과 ‘학교’만큼은 갖춘 수도권 비규제 지역 역세권 구축 단지를 자금 한도 내에서 선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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