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죽고 싶지도, 죽이고 싶지도 않다”…SNS서 조롱·비판 이어져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일본의 짧은 애니메이션이 소셜미디어(SNS)에서 10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가운데, 작품과 작가를 향한 비난도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전쟁 반대라는 평범한 목소리마저 조롱과 공격의 대상이 되는 최근 일본 SNS의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작가 나카노 아키코가 지난 9월 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애니메이션은 이날 오전까지 조회수 1070만회를 기록했다.
10초도 되지 않는 이 영상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눈에 비친 폭격기를 담고 있다. 폭격기에서 폭탄이 떨어진 뒤 화면이 붉게 바뀌고 ‘NO WAR(전쟁 반대)’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영상은 높은 조회수뿐 아니라 게시 이후 작가와 작품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주목받았다. 일부 SNS 이용자들은 “지금 시대는 드론”이라거나 “소녀를 지키기 위해 방공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전의를 고취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작품을 비꼬았다.
비판 글은 일부 극우 성향 이용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신문은 이를 두고 ‘전쟁 반대’라는 메시지마저 조롱과 공격을 받는 시대적 분위기를 짚었다.
최근 도쿄도 내에서는 나카노를 비롯한 여성 예술가들이 참석한 토크 콘서트도 열렸다. 이들은 전쟁 반대라는 목소리가 SNS에서 어떤 반응에 직면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나카노는 “전쟁으로 죽고 싶지 않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만으로 만든 영상인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반대’라고 하면 공격해도 좋은 대상이 돼버린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가수 다마이 유미도 “특히 최근 1~2년 사이 ‘전쟁 반대라고 하면 사상이 너무 강한 것 아니냐’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만화가 후쿠치 마미는 “‘세상의 흐름은 전쟁 반대가 아닌데 이 사람은 그걸 모르고 있네’라는 식의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SNS에서 공격받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 여성 에세이스트가 엑스에 “엄마, 전쟁 막고 올게”라는 글을 올려 반향을 일으켰지만, 동시에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나카노는 도쿄신문에 정치적 발언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앞으로도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현재 다음 반전 애니메이션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영상은 엑스 게시물(https://x.com/Toki2199r/status/2094962389733232658/video/1)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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