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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다시 걸린 성균관 ‘500살 은행나무’와 처마 액자 [히트다, 희태의 ‘포토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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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태 기자 joyk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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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로 짠 액자, 500살 은행나무를 오롯이 담다

3년 공사 마친 성균관 대성전
처마 액자와 4배 줌으로 정돈
한복에 갓 쓰고 뒷모습 포즈
사진기자는 매일 새로운 현장을 누빕니다. 점과 선을 찾아 규칙에 맞게 정돈하고, 빛을 찾아 아름답게 빚어내는 것이 사진기자의 일입니다. 사건 현장을 뛰는 날도 있지만, 보기만 해도 눈이 편안해지는 장면을 찾아 걷는 날도 적지 않습니다. 연인, 가족, 친구와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싶은 분들은 가볍게 따라오세요. 전문 카메라는 필요 없습니다. 저도 스마트폰으로 함께 찍어볼게요.

 

명륜당 앞뜰에서 본 은행나무 가지. 늘어진 가지 너머로 담장과 대성전의 주홍빛 벽이 겹치고, 앞쪽으로 나무 울타리가 지난다.
명륜당 앞뜰에서 본 은행나무 가지. 늘어진 가지 너머로 담장과 대성전의 주홍빛 벽이 겹치고, 앞쪽으로 나무 울타리가 지난다.

 

오늘의 포토스팟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 대성전’입니다. 새 단장을 마친 대성전 처마 너머에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섰습니다. 처마를 액자 삼아 익어 가는 가을을 담아 봅니다. 담 너머로 검은 갓 하나가 보여도 놀라지 마세요. 오늘의 조교 까망이입니다.

 

다시 걸린 처마 액자

 

성균관은 앞에는 제사 공간인 대성전을, 뒤에는 공부 공간인 명륜당을 둔 ‘전묘후학’ 구조입니다. 대성전은 2023년 9월부터 35개월 동안 157년 만의 대규모 해체수리를 받고, 8월 공사를 마쳤습니다.

 

처마 곡선을 정하는 평고대는 길이 18.8m 나무 한 토막으로, 국내 단일 부재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붕이 돌아오며 처마와 담장 사이로 은행나무를 담는 ‘액자’도 다시 걸렸습니다. 성균관의 500년 된 은행나무가 4년 만에 이 처마와 함께 가을을 맞습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 앞뜰 은행나무를 아래에서 올려다봤다. 잎 사이로 햇살이 갈라져 들어오고, 나무 울타리 너머로 대성전의 주홍빛 벽이 보인다. 오른쪽에는 가지를 받친 지지대가 섰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 앞뜰 은행나무를 아래에서 올려다봤다. 잎 사이로 햇살이 갈라져 들어오고, 나무 울타리 너머로 대성전의 주홍빛 벽이 보인다. 오른쪽에는 가지를 받친 지지대가 섰다.

 

주인공은 명륜당 앞뜰 은행나무 두 그루입니다. 1519년 심었다고 전해지는 500살 안팎의 천연기념물로, 높이는 26m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두 수나무라 열매 냄새도 없습니다. 이 큰 나무를 휴대폰으로 담는 법, 세 교시로 나눠 보겠습니다.

 

대성전 기단 모서리를 아래에서 올려다봤다. 화강암 장대석 너머로 담장이 꺾이고, 처마와 붉은 기둥 사이로 은행나무가 솟았다.
대성전 기단 모서리를 아래에서 올려다봤다. 화강암 장대석 너머로 담장이 꺾이고, 처마와 붉은 기둥 사이로 은행나무가 솟았다.

 

1교시: 발 대신 손가락으로 당겨 찍기

 

넓게 찍으면 벽면, 흙바닥, 그늘까지 다 들어옵니다. 정보량이 많아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4배 버튼만 누르면 화면의 16분의 1 남짓만 남습니다. 군더더기는 밀려나고 협문, 담장, 은행잎이 차곡차곡 포개집니다. 넓게 한 장 찍고, 그 안에서 테두리 있는 곳을 골라 당기세요.

 

명륜당 앞뜰에서 본 은행나무 가지. 늘어진 가지 너머로 담장과 주홍빛 벽이 겹치고, 앞쪽으로 나무 울타리가 지난다.
명륜당 앞뜰에서 본 은행나무 가지. 늘어진 가지 너머로 담장과 주홍빛 벽이 겹치고, 앞쪽으로 나무 울타리가 지난다.

 

협문 앞에서 조교가 멈칫합니다. 갓이 문틀에 닿을까 고개를 숙이고, 문지방은 밟지 않고 넘습니다.

 

명륜당에서 바라본 대성전 뒤뜰. 위 사진의 모델은 AI로 구현한 사진으로, 대성전 처마는 귀중한 유산이니 절대 따라하면 안 돼요!
명륜당에서 바라본 대성전 뒤뜰. 위 사진의 모델은 AI로 구현한 사진으로, 대성전 처마는 귀중한 유산이니 절대 따라하면 안 돼요!
성균관 대성전에서 바라본 명륜당 뒤뜰과 은행나무.
성균관 대성전에서 바라본 명륜당 뒤뜰과 은행나무.

 

2교시: 대성전 처마는 거들 뿐

 

당겨서 정리했다면 이제 틀을 씌울 차례입니다. 대성전 뒤편 처마 아래 서서 명륜당 쪽을 보세요. 위로는 처마, 아래로는 담장이 지나며 은행나무를 가둡니다. 어두운 틀이 시선을 가운데로 모으고, 그늘 속 틀과 햇빛 받은 잎이 명암을 만듭니다. 처마선과 담장선은 화면 가로선과 나란히 맞추세요.

 

빛은 시간이 정합니다. 명륜당 쪽은 북쪽이라 한낮엔 해가 등 뒤에 옵니다. 잎이 빛나는 점심시간 전후가 좋습니다. 보정은 갤럭시 또는 아이폰의 사진 앱 ‘편집’의 ‘조정’에서 하이라이트를 조금 내리고 생동감, 채도, 따뜻함 순으로 살짝 올립니다. 기둥 붉은색이 형광처럼 뜨면 과합니다.

 

대성전 기단 모서리를 아래에서 올려다봤다. 화강암 장대석 너머로 담장이 꺾이고, 처마와 붉은 기둥 사이로 은행나무가 솟았다.
대성전 기단 모서리를 아래에서 올려다봤다. 화강암 장대석 너머로 담장이 꺾이고, 처마와 붉은 기둥 사이로 은행나무가 솟았다.

 

3교시: 모서리에 앉아 옆모습으로

 

풍경이 준비됐으면 사람을 넣을 차례입니다. 대성전 기단 모서리는 붉은 기둥과 화강암, 은행잎이 한 화면에 모이는 자리입니다. 등을 보이고 앉아 갓 챙을 살짝 잡은 채 고개만 나무 쪽으로 돌리면 보는 사람의 시선도 은행나무로 따라갑니다. 찍는 사람은 무릎을 굽혀 앉은 사람 어깨 높이에 맞추세요. 위패를 모신 공간이니 앉기 전 현장 안내를 확인하고, 오래 머물지는 않길 바라요.

 

 

가는 길: 까망이를 따라오세요 

 

성균관은 혜화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입장은 무료입니다. 11월부터는 오후 5시에 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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