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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크 연상케 한 르펜 “프랑스 법치 회복·정체성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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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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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크의 도시’ 오를레앙에서 유세전
마크롱 겨냥 “폭력 시위에 너무 관대해”
법치주의 회복, 국경 통제 강화 등 다짐

프랑스가 전국을 뒤덮은 대규모 시위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58)이 프랑스의 ‘법치 회복’과 ‘문화 정체성 수호’를 강조했다. 프랑스 정치권에서 ‘극우 정당’이란 평가를 듣는 RN은 이번 소요 사태 배후에 무슬림 등 불법 이민자들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 사이에서 요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프랑스 차기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 RN 전 대표가 25일(현지시간) 파리 남서쪽 소도시 오를레앙에서 열린 대선 유세 도중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를레앙은 프랑스 구국의 영웅 잔다르크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AP연합뉴스
프랑스 차기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 RN 전 대표가 25일(현지시간) 파리 남서쪽 소도시 오를레앙에서 열린 대선 유세 도중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를레앙은 프랑스 구국의 영웅 잔다르크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AP연합뉴스

일부 정치인은 “르펜이 대권으로 가는 6차선 고속도로를 탔다”며 그의 당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르펜과 RN은 이날 프랑스 북부 소도시 오를레앙에서 대대적인 선거 유세를 펼쳤다. 전날 오를레앙에서 열린 RN 전당대회는 압도적 지지율로 르펜의 오른팔이자 후계자인 조르당 바르델라(31)를 당 대표로 재선출했다. 르펜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바르델라를 총리에 임명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120㎞쯤 떨어진 오를레앙은 프랑스의 여성 영웅 잔다르크(1412∼1431)의 도시로 유명하다. 프랑스·영국 간 백년전쟁 도중인 1429년 잔다르크가 오를레앙을 점령한 영국군의 포위망을 뚫고 도시를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 잔다르크에 관한 유적이 남아 있다.

 

르펜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 9월 말부터 프랑스 전역을 휩쓸고 있는 소요와 폭동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의 중도파 정부를 향해 “폭력 시위대에 관대하고 권위가 부족하다”며 “폭도들이 우리 건물을 약탈하고 불태울 때 누가 ‘법치주의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는 경우 법치주의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르펜은 언어와 전통부터 가치관과 생활 방식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 가장 중요한 수단은 RN이 오랜 기간 공약으로 내걸어 온 ‘강력한 반(反)이민법’이다. 르펜은 “우리는 국경 통제를 복원할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들을 겨냥한 듯 “프랑스 국적을 반드시 상속 또는 합법적인 취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특권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RN의 ‘2인자’ 바르델라도 연단에 올랐다. 그는 이번 폭동의 배후 중 하나로 지목된 극좌파에 대한 단속 강화를 약속하며 “미성년자의 형사 면책 연령을 16세로 낮추고 비행 청소년과 범죄자들를 추방하겠다”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차기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 RN 전 대표(가운데)가 파리 남서쪽 소도시 오를레앙에서 열린 대선 유세 도중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오른쪽은 조르당 바르델라 RN 현 대표.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차기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 RN 전 대표(가운데)가 파리 남서쪽 소도시 오를레앙에서 열린 대선 유세 도중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오른쪽은 조르당 바르델라 RN 현 대표. AFP연합뉴스

이날 소도시 오를레앙에는 RN 지지자 약 8500명이 운집했다. RN의 반이민·반유대주의에 비판적이고 르펜의 대통령 당선을 막으려는 시민들도 몰려들어 유세를 방해했다. 양측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오를레앙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의 통제에 나섰다.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르펜은 2027년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32∼3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통해 승부를 가리는 구조다. 2027년 5월로 예정된 결선 투표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르펜이 그에게 씌워진 ‘극우’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우파와 중도층 유권자까지 끌어들인다면 결선 투표에서 승산이 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2022년 두 차례 대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극우에 맞서 우파, 중도, 좌파의 연대가 결성된다면 르펜의 엘리제궁 입성은 난망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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