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하나가 작품이 된다. ‘꽃’, ‘마음’, ‘사랑’, ‘시나브로’. 짧은 낱말이 붓끝을 만나 깊은 감정과 다채로운 조형미를 빚어낸다. 긴 문장이나 시구 대신 단어 하나에 서예의 미학을 응축한 전시가 서울과 전주에서 열린다.
강암서예학술재단은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한 낱말 글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6일부터 12일까지 전북 전주 전북특별자치도예술회관에서도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대표 서예가들이 참여해 모두 11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한글 작품은 85점으로 전체의 약 72%를 차지한다. 한글의 고유한 조형미와 서예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긴 시나 문장을 서제로 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낱말에 집중한다. 작가들은 글자의 구조와 획의 움직임, 먹의 농담, 여백의 활용 등을 통해 짧은 단어에 담긴 감정과 의미를 표현한다. 같은 낱말이라도 붓의 흐름과 필법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짧은 영상 콘텐츠인 ‘쇼츠’에 익숙한 관람객도 부담 없이 서예의 매력을 만날 수 있도록 감상의 문턱을 낮췄다. 단어의 뜻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글자의 형태와 먹빛, 여백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울림을 살펴보도록 한 것이다. 전통 서예의 표현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현대 캘리그래피와 짧은 문구에 친숙한 시민과 학생들에게 서예의 아름다움을 전하려는 취지도 담겼다.
서울 전시 개막식은 28일 오후 4시30분 한국미술관에서, 전주 전시 개막식은 11월 6일 오후 4시30분 전북특별자치도예술회관 1층 기스락에서 열린다. 개막 행사에서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축사와 함께 전시 작품의 낱말을 주제로 한 한국 가곡과 플라멩코 무용 협연이 펼쳐진다.
송현숙 강암서예학술재단 이사장은 “한글은 단순한 문자 표기 수단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생각, 미의식을 표현하는 독창적인 문화적 자산”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단 하나의 낱말에 담긴 서정성과 철학적 깊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에 숨겨진 서예의 조형미를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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