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서 사건 심리 지속 공정 우려
2019년 대법원 내규 바꾸며 가능
대법관 정원 확대에 재검토 요구
대법관 가족이 근무하는 로펌의 수임 사건을 이해충돌 우려로 재배당하고도 해당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에 그대로 남겨둔 사례가 11건 확인됐다. 대법원은 해당 대법관을 실제 심리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이지만, 재판부를 바꾸지 않는 방식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까지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실이 법원행정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는 대법관 자녀가 근무하는 서로 다른 로펌이 잇따라 수임하면서 주심이 두 차례 바뀐 임금소송 사례도 포함됐다. 2024년 당시 주심이던 김상환 전 대법관의 자녀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여는’의 수임 사건이라는 이유로 주심이 서경환 대법관으로 교체됐고 재판부도 바뀌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서 대법관의 자녀가 근무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같은 사건을 수임하면서 주심이 신숙희 대법관으로 다시 변경됐다. 두 번째 재배당 때는 주심만 바뀌고 서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는 그대로 유지됐다.
2021년부터 올해 9월11일까지 가족 로펌 관련 재배당은 총 65건이었다. 이 중 11건은 주심을 바꿨지만 재판부는 그대로였다. 지난해 재배당된 36건 중 35건은 서 대법관 자녀의 김앤장 근무와 관련됐고, 이 가운데 7건은 재판부가 유지됐다. 그중 3건은 자료 제출 당시 심리 중이었다.
재판부가 유지된 사례는 2021년 1건, 2023년 1건, 2024년 2건, 지난해 7건이었다. 지난해 사례 중 자료 제출 당시 심리가 진행 중인 사건은 근로자 지위 확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 등 3건이다.
이 같은 배당은 2019년 대법원이 내규를 완화하면서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가족이 근무하는 로펌의 사건을 해당 대법관 소속 재판부 전체에 배당하지 못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해당 대법관에게 주심만 맡기지 않으면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당시 배당 제한 대상이 늘어 3개 재판부에 사건을 고르게 배당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법원 1·2·3부 모두에 친족의 로펌 근무로 배당 제한 대상이 된 대법관이 소속돼 있었다. 기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사건 배당이 특정 재판부로 쏠리거나 당사자가 원하는 재판부를 선택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면 내규 완화로 이해충돌 방지 원칙이 후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3년 법관의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이 변호사로 근무하는 로펌의 사건은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3·4촌 친족에 대해서는 일정한 예외를 뒀다. 대법원은 현재도 이해관계가 있는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사건을 심리한다는 입장이다.
대법관 정원을 2030년까지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올해 2월28일 국회를 통과해 3월12일 공포됐다. 증원은 2028년부터 시작된다. 대법원도 증원에 따른 재판부 운영 방식 검토에 착수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7월 각국의 상고심 재판부 구성을 연구하는 용역을 긴급 공고하면서 소부 구성과 사건배당 방식 등을 연구 대상으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확정됐지만 향후 소부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2030년까지 대법관이 26명으로 늘어나는 만큼,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에 맞춰 가족 로펌 사건 배당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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