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사던 실수요자, 대출 축소 시 7억 이하 경기·인천 역세권으로 강제 이동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움직임 속에 서울 고가 아파트 거래가 주춤하고 있지만,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거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30대 실수요자들의 ‘생존 매수’가 서울 외곽과 경기·인천 지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대출 한도를 추가로 축소할 경우, 집값을 잡기는커녕 경기·인천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리는 ‘풍선 효과’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치솟는 반전세·월세… “살 집 없어 매수 뛰어드는 30대”
최근 부동산 시장의 핵심 뇌관은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다. 서울 핵심지는 물론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반전세(보증부 월세)와 순수 월세 비중이 급증했다.
실제로 송파구 대단지 전용 59㎡는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300만 원대 중후반, 마포구 전용 84㎡는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400만 원 안팎까지 호가가 형성되는 등 20~30대 직장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주거비가 뛰었다. 경기도 성남 구도심 등 서울 인접지 소형 아파트 역시 월세 200만 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흔해졌다.
이러다 보니 자녀 계획이 있거나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 30대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매달 수백만 원씩 임대료를 내며 밀려나느니, 차라리 무리를 해서라도 내 집을 사서 원리금을 갚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투자 목적이 아닌 주거 안정을 위한 이른바 ‘생존 매수’다.
◆ 대출 한도 6억→4억 줄이면… 9억 서울 아파트서 ‘7억 경기·인천’으로
문제는 금융 당국의 추가 대출 규제 카드다. 만약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 실수요자의 가용 자본이 단숨에 깎이게 된다.
예컨대 자기자본 3억 원을 가진 신혼부부의 경우, 기존에는 최대 6억 원 대출을 활용해 서울 내 9억 원 안팎의 중소형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출 한도가 4억 원으로 줄어들면 매수 가능 주택 가격은 7억 원 이하로 강제 하향 조정된다.
7억 원 이하 예산으로는 서울 내에서 인프라를 갖춘 아파트를 찾기 어렵다. 결국 이들 수요는 지하철 접근성이 좋고 학군·상권이 갖춰진 부천, 고양, 인천 청라·검단 등 경기·인천 역세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중심부를 누르면 외곽이 튀어나오는 전형적인 ‘풍선 효과’ 메커니즘이다.
부동산 전문가 김인만 소장은 “서울 고가 아파트는 대출과 세제 압박으로 호가가 조정받는 자연스러운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갔지만, 진짜 문제는 15억 원 이하 중저가 시장”이라며 “전월세 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 대출을 더 조이면 서울 진입이 막힌 실수요자들이 경기·인천 역세권으로 몰려가 해당 지역 집값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 3기 신도시·GTX 완공은 10년 뒤… “단기 전월세 공급 카드 절실”
정부가 내놓은 공급 대책 역시 단기 처방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3기 신도시 첫 입주가 일부 시작되더라도 전체 사업의 안착과 입주 물량 확대는 2030년대 초중반에나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과의 연결을 담당할 GTX-B·C 노선 등 주요 광역교통망 역시 수년의 공사 기간이 더 소요되는 만큼, 당장 1~2년 내 입주할 집이 필요한 신혼부부에게는 체감 효과가 낮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민간 임대주택 시장을 정상화해 전월세 매물을 쏟아내게 만드는 구조적 유인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소장은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지 않은 채 대출만 막아버리면 선택지를 잃은 30대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 거주를 전제로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양질의 전월세 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하는 등 단기 임대차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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