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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도 아이스크림도 연구실서 탄생…유통업계, 맛 개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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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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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신제품 개발과 기존 메뉴의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고 있다. 소비자 취향이 빠르게 바뀌면서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실제 고객 반응을 확인해 제품에 반영하는 과정도 중요해지고 있다.

 

버거킹 제공
버거킹 제공

연구개발 공간의 활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만들거나 시식하는 체험형 공간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메뉴 개발, 사내 아이디어를 실제 상품으로 구현하는 전용 시설까지 등장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은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제품 연구개발 공간 '플레임랩(Flame Lab)'을 마련하고 지난 19일 정식 개관했다. 신메뉴 개발과 기존 제품의 품질 개선을 담당하면서 소비자에게 제품 개발 과정을 공개하는 공간이다.

 

플레임랩에서는 버거킹의 대표 메뉴인 와퍼를 중심으로 새로운 재료와 조합을 연구한다. 소비자 취향과 외식 트렌드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브랜드의 특징인 직화구이 맛을 개선하는 데도 활용한다.

 

버거킹은 그동안 품질 혁신 프로젝트 '킹스 로드(King's Road)'를 통해 주요 메뉴의 맛과 품질을 개선해 왔다. 플레임랩을 통해 이러한 연구개발 활동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오는 29일부터 시작하는 '해빗 유어 웨이(Have It Your Way)'에서는 참가자가 직접 소스와 토핑을 골라 자신만의 와퍼를 만들 수 있다. 평일 하루 세 차례, 회당 약 60분씩 운영하며 네이버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는다.

 

11월부터는 제품 개발 공간과 와퍼 제조 과정을 둘러보는 '랩 투어(Lab Tour)'도 운영할 예정이다. 참가자는 와퍼에 들어가는 채소와 패티, 빵, 소스 등을 살펴보고 시식할 수 있다.

 

버거킹은 앞서 서울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플레임그라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성수동에서는 와퍼를 코스 요리로 재해석한 메뉴를 제공하고, 익선동에서는 제품 개발과 소비자 체험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경험을 넓히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연구개발과 소비자 반응 확인을 결합한 매장을 운영해 왔다.

 

2024년 2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문을 연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Workshop by Baskin Robbins)'가 대표적이다. 연구원과 상품 기획자가 개발한 실험적인 아이스크림과 디저트를 먼저 선보이고, 고객 반응을 확인해 일반 매장 확대 여부를 검토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기존 매장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와사비맛 아이스크림과 셰프가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을 선보였다. 새로운 맛이 실제 소비자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는지 확인하는 시험 매장 역할을 맡았다.

 

AI를 활용한 제품 개발도 시도했다. 배스킨라빈스는 1500가지가 넘는 아이스크림 개발 경험과 고객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신제품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AI NPD(New Product Development)'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2024년 3월 '오렌지 얼그레이'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소비자 구매 데이터에서 확인한 과일과 차(茶) 관련 키워드를 토대로 AI의 도움을 받아 맛의 조합을 구상한 제품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워크샵에서 개발한 제품을 시범 판매한 뒤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전국 매장 출시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과 판매 현장을 연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사내 아이디어를 신사업과 제품으로 연결하기 위한 별도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이노플레이(INNO Play)'는 사내벤처와 혁신 조직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약 968㎡ 규모로 사무 공간과 커뮤니티 라운지, 키친랩 등을 갖췄다.

 

이 가운데 키친랩은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고 맛과 품질을 검증하는 공간이다.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고, 시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노플레이는 외부 스타트업과의 교류에도 활용된다. 커뮤니티 라운지에서는 사내벤처가 개발한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하거나 외부 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버거킹과 배스킨라빈스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공간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CJ제일제당은 내부 연구개발 조직의 협업과 새로운 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는 차이가 있다.

 

교촌에프앤비도 별도 R&D센터를 통해 치킨과 소스, 사이드 메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R&D센터는 가맹점에서 판매할 새로운 치킨 메뉴와 사이드 메뉴를 개발하고, 기존 제품의 품질과 조리 효율을 개선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2025년 주요 연구개발 실적에는 마라레드와 허니갈릭 등 치킨 메뉴를 비롯해 '레드치룽지', '허니치룽지', '닭똥집튀김' 등의 사이드 메뉴가 포함됐다.

 

치킨에 사용하는 양념과 소스도 연구개발 대상이다. 제품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가맹점에서 효율적으로 조리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교촌의 연구개발은 소비자에게 공간을 공개하는 방식보다는 실제 판매 제품과 가맹점 운영에 필요한 메뉴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식품업계의 연구개발 경쟁은 새로운 맛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버거킹은 고객이 제품 개발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고, 배스킨라빈스는 실험적인 제품을 매장에서 검증한다. CJ제일제당과 교촌에프앤비는 각각 신사업 발굴과 가맹점 메뉴 경쟁력 강화에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메뉴가 실제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지, 소비자 반응을 얼마나 빠르게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각 기업의 연구개발 성과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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