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청장 “체계 전면 정비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쇄신”
22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제주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잇따른 관계성 범죄 대응 치안 공백에 대한 질타와 함께 강화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도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제주경찰은 철저한 조직 쇄신과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의원들은 제주경찰의 안일한 대응 태도와 현장 시스템 부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특히 야간 1인 근무 체제로 인해 실종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형식적인 합동심의에 그쳤던 점이 도마에 올랐다.
또한 스마트워치 지급 등 조치가 이루어졌음에도 스토킹 및 관계성 범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에 대해서도 질책이 쏟아졌다. 의원들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 접수를 누락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한 점을 지적하며, 가해자 격리와 신속한 구속 수사 등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제주 지역의 높은 치안 수요와 외사과 폐지, 고질적인 수사 인력 부족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의원들은 1인당 보유 사건 수가 전국 최상위권인 제주의 열악한 수사 환경을 지적하며 지휘부 및 수사 역량의 전면적인 개편을 주문했다.
아울러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 마약 유통 조직 등 외국인 범죄에 대해 사후 검거를 넘어선 선제적·국제 공조 수사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무면허 미성년자 대상 불법 렌터카 대여 및 알선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단속과 자치경찰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한 치안 공백 해소가 요구됐다.
제주경찰의 체감 안전도가 2년 연속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관계성 범죄 대응 도마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지난 12일 스토킹, 성폭력, 교제 폭력 등으로 네 차례 신고했던 피해자가경찰의 안전조치를 받고 있었음에도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며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 처벌과 공식 사건화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이 자체가 심각한 문제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박정현 의원도 “작년 10월 이 사건 피해자가 스토킹 신고를 하자 경찰이 ‘가해자한테 연락하지 말라는 문자를 직접 보내라’고 안내를 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작년부터 올해까지 네 번 정도 신고가 들어왔는데 이것을 사건 접수하지 않으면 어떤 사건을 접수하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가 살해됐지만, 피해자의 위험도 판단조사표 결과가 2점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다”며 “위험성 판단조사표를 적절하게 작성하고 있는지, 이런 부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에서는 지난 12일 스토킹과 성폭력, 교제 폭력 등 네차례 신고를 한 40대 여성 A씨가 60대 남성 B씨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A씨가 스토킹 등의 혐의로 B씨를 네 차례 신고했지만, 정식 사건 접수나처벌을 원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모두 경고에 그치거나 종결 처리했다.
또 지난해 9월 반복된 교제 폭력을 저지른 20대가 연인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 8월에는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50대 전직 경찰관이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현재 제주에서는 관계성 범죄 관련 사건 1000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병찬 제주경찰청장은 “관계성 범죄에서 가해자의 신병을 피해자와 완벽하게 분리하는 것이 지금 제일 중요하다”며 “가능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하도록 하고, 그게 안되면 유치장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해 1㎞ 이내 접근하면 신호를 울리게 해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조치를 위해 가해자 격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 12일 네 살배기 딸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아버지 사건과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에 대한 경찰 대책도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졌다.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이번 사건의 경우 여성청소년과, 형사팀 등 여러 부서로 나뉘어 있는데, 서로 협업 체계가 하나도 안 된 것”이라며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재발하지 않도록 협업 체계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 경찰이 여덟 번 정도 이들 부녀를 확인하면서 위험도를 높게 볼 만한 상황이 매우 많았는데, 결국 막지 못했다. 이는 동반 자살이 아니라 살인사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제주경찰관의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과 관련, “‘경찰 근무 체계가 이미 망가져 있었다’ 이렇게 볼 수도 있다”며 “규정도 절차도 지휘체계도 다 있었는데 이게 무용지물이었다”고 질타했다.
또 “치안 현장에 누수가 생기거나 구멍이 발생한다면 그 어떤 대책도 제대로 된 대책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청장은 “야간 근무 인력을 2명으로 상시 확보하고 형사당직팀과 형사과장의 지휘·보고 체계를 보강해 종결 절차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청장은 제기된 지적과 대책을 조직 운영에 적극 반영해 흔들리는 제주 치안의 신뢰를 되찾고 도민과 관광객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제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김 청장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종팀 인력을 보강하고 4교대 근무 시 상시 2명 이상이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종결 과정에서는 형사당직팀장의 지휘와 형사과장의 승인을 거치도록 지휘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스토킹·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 사건들을 전수 점검하고, 접근금지 조치에 그치지 않고 구속영장 신청 및 유치장 유치, 전자장치 착용 등을 통해 가해자 신병을 철저히 격리해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와의 협력을 통해 올레길 등 치안 취약 구간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촘촘히 보강해 안전망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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