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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마침 내 극장’ 영화제를 호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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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일산 라페스타의 빈 점포에서 아주 작고 특이한 영화제가 열린다. ‘마침 내 극장’ 영화제. 대한민국에 수십억 예산을 쓰는 국제영화제가 즐비하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작은 영화제 역시 차고 넘치지만, 이 영화제는 그 가운데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영화제이다. 젊은 다큐멘터리 창작자, 기획자들이 이 영화제를 위해 모였다. 평소 다른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예술가로서 자신들이 해보고 싶은 꿈을 제약 없이 표현해 보고 싶어 이 영화제로 모인 것이다.

2017년, 지금은 철거된 서울의 대중 목욕탕 ‘행화탕’에서 열린 상영회가 이 영화제의 출발이었다. ‘예술로 목욕한다’는 콘셉트하에 이들은 폐업한 대중탕을 단기 임대해 상영과 전시가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행화탕 프로젝트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 영화제를 기획했다. 역시 서울의 유휴 공간을 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킨 프로젝트였다. 작년에는 화장실을 상영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올해 공식적으로 3회 영화제를 라페스타의 공실 점포에서 진행한다.

영화제 기획자에게 처음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대부분의 영화제가 그러하듯이 내 일의 범위를, 작품을 추천하고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추천작과 연관된 공간 구성과 전시 준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그것까지 나의 일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은 나의 관행적 사고가 빚은 착오였다. 이들이 꿈꾸는 영화제는 제도화된 관행을 따르는 영화제가 아니었다. 무척 당황했지만 이왕 참여하기로 한 거 어떻게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발을 들여놨다.

내가 추천한 작품은 2007년 개봉한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블루스’다. 독립영화 감독으로 살면서 생계를 위해 했던 수많은 부업 중 하나인 택시 운전 중에 만난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초상화. 감독의 눈에 비친 서울은 역겹고 슬프고 끈적거리는 도시였고 그 속에서 취하고 싸우고 울고 게워 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슬픔과 연민을 유발했다. 영화는 내용만큼이나 도발적인 형식을 택했고 그것은 이 영화에 그려진 죽음, 밤, 탐욕의 이미지가 빚어내는 도착적 매력에 대한 비판과 반발도 키웠다.

2026년, 이 영화를 다시 호출한다. 2026년의 관객에게 20년 전 감독이 그린 서울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까? 감독이 선택한 미학적, 윤리적 태도는 지금의 관객에게는 어떻게 수용될까? 감독이 카메라 렌즈와 택시의 백미러를 통해 포착한 이미지들을 현재 관객에게 어떻게 제안할 수 있을까? 전시 콘셉트를 ‘택시블루스’를 위한 ‘거울의 방’으로 잡아 보았다. 작품과 관련된 소품들이 놓인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 영화와 관객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콘셉트. 그렇게 작은 공간을 꾸며 보았다. ‘택시블루스’ 상영과 대화는 10월24일(토) 라페스타 A동 102호에서 진행된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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