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돌아가신 뒤 청소하며
고단했던 삶의 무게처럼 느껴
환한 햇살 속 먼지에 위로받아
천쉐 ‘먼지’(‘하늘의 눈’에 수록, 조은 옮김, 글항아리)
걸어 다닐 수 있는 동안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무어냐고 어머니에게 묻자 정말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이 단어를 툭 꺼냈다. “여행”. 가족들이 모인 자리였다. 둘째 동생이 사는 가까운 나라는 제외하고 투병 중인 어머니가 다녀올 만한 거리의 여행지를 누군가 알아보고 누군가는 여행 경비를 보내는 등 갑자기 도시와 일정이 결정됐다.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다녀올 사람이 있어야 했다. 우밍이, 바이셴융, 천쓰홍 등 그 나라의 작가들을 차례대로 떠올렸다. 읽다 만 천쉐의 소설집을 가방에 넣곤 나는 어머니 뒤를 따라 비행기를 탔다.
‘하늘의 눈’을 읽다 덮어둔 이유는 단편 ‘먼지’ 때문이었다. ‘작가’라면 이렇게 어머니에 대한 변주의 이야기를 몇 편이고 쓰게 되겠지? 어머니와의 화해가 아니라 이해에 이르는 단편은 어떤 방식으로 쓰면 좋을까? 라는 감정과 생각이 몰려와서. ‘먼지’의 화자인 나는 그간 채팅으로만 만나온 연인을 오늘 처음 집에서 만났다. 나의 직업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아서 더 좋았던 연인이 “마음속에 있는 바다를 활짝 열어 보이듯” 자신의 잡동사니를 펼쳐 보이며 부탁했다. 물건 정리하는 법 좀 가르쳐 달라고.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그러니까 정리, 분류, 청소, 폐기하기.
그 재능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들을 전전하다가 우울증이 깊어졌다. 집에만 틀어박힌 나를 끌어내느라 친구들이 집 정리를 부탁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썩은 것도 새것으로 바꾸는 기적의 손”이라는 칭찬을 받고 스스로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줄어들면서 “집의 영혼”이 드러나는 데 쾌감을 느꼈다. 그렇게 청소 전문가가 돼 개인 팀까지 꾸렸다. 쓰레기가 집어삼킨 “살아 있는 시체 같은 집”을 원상회복하며 의뢰인이 경험해 보지 못한 말끔한 공간 만들어 주기가 목표인.
자, 그럼 이런 나의 어머니 이야기를 해보자. 아버지와 달리 검소하고 명예와는 거리가 멀었던 어머니는 현재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그토록이나 지키고 고수하던 집이 아니라. 처음 집을 떠난 사람은 아버지였다. 다음은 오빠와 나. 모두가 어머니가 주워 오는 물건과 잡동사니로 지나다닐 통로조차 막혀 버린 냄새 나는 집을 떠났다. 그건 물건 모으는 습관이 괴벽에 가까워지는 어머니를 떠난 일과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그 후 아파트는 ‘쓰레기 집’이 되었다. 왜 그렇게 허드레 물건에 집착하느냐고 나는 종종 묻고 싶었다. 뇌졸중까지 와 말 못 하는 어머니에게.
어쩌면 내가 청소 전문가가 된 심리적 발원지는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어머니는 집을 오빠가 아닌 나에게 남겼다. 어머니가 숨을 거둘 때 나는 퀴퀴한 냄새를 맡았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행위”이기에 그런 냄새는 자연스러운 생명의 기운이라고 처음 느낀다. 청소팀을 이끌고 어머니의 집으로 갔다. 버리지 못한 물건들은 어머니의 “고단한 삶의 무게”처럼 보였고 일주일 동안이나 정리해야 했다. “광맥을 파헤치듯 겹겹이 감춰진 것을 파헤쳐야 어머니의 핵심에 다다를 수” 있을 듯하게.
깨끗해진 집에서 나는 등나무 소파에 앉았다. 고요한 집 안으로 비스듬히 햇살이 비쳐 들었다. 환한 빛줄기 속에서 먼지가 즐거이 흩날리는 듯 보였다. 그게 나를 위로하는 느낌을 주었다. 먼지. 그건 꼭 어머니의 핵심 같았다. 새로 시작하라는 사랑, 어쩌면 남겨준 새로운 질서.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 일은 결국 먼지를 털어내고 티끌은 티끌로, 흙은 흙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행위에 가깝지 않을까. 소설의 배경인 타이완에서 이 단편을 다시 읽는다. 화자의 그 집 정리가 어머니의 핵심에 접근하는 행위라는 걸 비로소 이해하러 온 기분으로.
여행지에서 만난 칠십대 어른이 나에게 말했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계속 난다고,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한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다고. 아마 그 말은 앞으로 나에게도 해당되겠지. 더는 우리 사이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나는 저쪽, 침식과 풍화 작용을 거친 바위들 속의 어머니에게로 한발 걸어갔다. 어머니의 핵심 가까이로.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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