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통해 하반기 입찰 도전장
유럽산보다 30% 저렴해 업계 관심
금융조달·기술 신뢰성엔 우려 여전
“효성은 중국 상해전기 터빈 라이선스를 도입해 기술이전을 받고 일부 부품을 국산화해 한국 공장에서 터빈을 생산하고자 합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6년도 하반기 해상풍력 경쟁입찰 설명회의 질의응답 시간에 이같이 말한 뒤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터빈인지 문의드린다”고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개발사와 협의하면 당연히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답했다.
효성중공업은 2008년 풍력 터빈 사업을 본격 시작해 2014년 국내 처음으로 5㎿ 해상풍력 터빈 국제인증을 받는 등 ‘국산 풍력 1세대’로 평가된다. 시장 정체·경쟁사와의 기술 격차 등으로 한동안 개발사들로부터 사실상 ‘잊혀진 이름’이었지만, 대형 터빈 기술이 있는 중국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번에 사실상 하반기 입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정부가 해상풍력 가격 인하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발사들 사이에서는 국내 터빈 업체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 중국 터빈 활용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입찰 설명회 현장에서 나온 효성중공업 측 질의는 그런 분위기를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통화에서 “효성-상해전기 쪽 터빈을 선택지로 보는 개발사가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런 변화의 계기가 된 건 올 상반기 입찰 결과였다. 한빛해상풍력(340㎿)은 국내 터빈사 유니슨이 독일 벤시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생산하는 13.6㎿ 터빈을 택해 낙찰됐다. 벤시스는 중국 풍력업체 골드윈드가 지분 70%를 보유한 회사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중국 터빈에 대해 결국 가격에 더 주안점을 두고 평가한다는 신호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주류인 15㎿급 터빈 기술이 있는 건 중국과 유럽계 기업뿐이다. 유럽 쪽 터빈은 중국보다 30%가량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입찰에서 터빈의 ‘국적’을 보는 게 아니라 기술이전과 국내 공급망 활용을 평가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입찰을 통해) 기술이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하반기 입찰 설명회에서도 터빈 국내 생산 방식을 기술이전·라이선스·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나눠 차등 평가한다고 밝혔다. 단순 국내 조립만으로는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취지다.
기후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 공급망을 활용해 달라는 것”이라며 “그걸 빨리 맞춰 오는 사업이 낙찰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 일각의 안보 우려에 대해서는 평가 과정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기준을 제시해 위험 요소를 걸러내고 있다고 했다.
다만 낙찰이 되더라도 이후 수조원에 이르는 사업비 충당을 위해 대규모 금융을 조달해야 하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중국 터빈이 ‘양날의 검’일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해외 금융을 통해서도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입장에서 글로벌 실적에 대한 신뢰가 불투명한 터빈은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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