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
李대통령, 유 사직안 당일 재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검증 부실과 이해충돌 논란에 책임을 지고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관람객 650만명을 돌파하며 세계 3위 박물관으로 도약한 국립중앙박물관이 관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신뢰에 상처를 입게 됐다.
유 관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가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우리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그간의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취임한 지 약 15개월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논란은 지난 7월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비롯됐다. 박물관은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 유묵을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했으나, 실제로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작품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일자 유 관장은 “박물관의 검증 미흡과 역량 부족”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문제의 유묵이 자신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이 작품을 5만원에 구입했으며, 지난 5월 직접 전시를 추천했다. 작품 철거 이후 여러 차례 사과하면서도 자신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셀프 전시’와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로 잘 알려진 유 관장이 문화유산 관련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그는 2008년 숭례문 화재 당시 문화재청장으로서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사직안을 재가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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