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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수사 전문가 “범죄자 100명 검거보다 수익 환수 시스템 시급” [심층기획-유인, '공짜 비행기'에 탄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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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영·최경림·윤준호·홍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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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총책’ 수배 요청한다 해도
타국서 추방 땐 소재 파악 어려워”
이계형 피싱사기수사대 계장 인터뷰 /2026.09.30. 유희태 기자
이계형 피싱사기수사대 계장 인터뷰 /2026.09.30. 유희태 기자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형량을 강화해도 스캠 범죄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인간의 본성 때문’이라면서도 스캠 범죄가 ‘남는 장사’가 되지 않도록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고 진단한다. 이들은 스캠 범죄 가담자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에 혹했다’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막대한 돈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외 거점 사기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총책 검거의 어려움이었다. 총책이 한국인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인데, 인적사항 특정조차 어렵다. 한국인 상대 범죄자들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뤄지는 동안 총책은 추적에서 멀어진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 소속 이계형(41)피싱사기수사2계장은 21일 “장비나 건물은 돈 있는 중국인이 마련하고, 수하에 각국 출신이 고용된다”며 “한국인 말단 조직원들을 검거해도 중국 총책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수온(48) 경찰청 동남아공조계장은 “중국인이더라도 범죄 혐의가 입증되고 인적사항이 나오면 한국 경찰이 수배 요청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인적사항 파악부터 난항을 겪는다”고 했다. 범죄 조직은 조직원 행동강령에 가명 사용 등 장치를 둬 수사를 회피하고 있다. 현지에서 총책이 검거돼도 그 나라에서 추방당하면 소재 파악은 더 어려워진다.

이계형 피싱사기수사대 계장 인터뷰 /2026.09.30. 유희태 기자
이계형 피싱사기수사대 계장 인터뷰 /2026.09.30. 유희태 기자

범죄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돈이 흐르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에서 부장을 지낸 이태순(52) 부장검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인간의 본성 같은 것”이라며 “아예 막을 수 없더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수사 지원과 피해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계장은 “조직에서 초기 투자 비용으로 항공권과 시설을 제공한다고 해도, 손익분기를 훨씬 넘길 수 있다”며 “한 조직이 2∼3개월 단위의 프로젝트(일명 ‘파스’)를 하는데, 벌어들이는 수익이 50억∼100억원 단위를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자 10명, 100명을 잡는 것보다도 범죄수익을 빼앗는 기술과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 사무실에서 이계형 피싱사기수사2계장이 동남아 지역 사기범죄조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 사무실에서 이계형 피싱사기수사2계장이 동남아 지역 사기범죄조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체포된 조직원들의 ‘감금피해’ 주장을 쉽게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 계장은 “검거된 피의자들은 감금 당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의 위치를 얻으려고 한다”며 “하지만 실제로 감금이나 강제한 사례는 드물다”고 일축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납치·감금은 극소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부장검사 역시 “조직들은 사기를 통해 돈을 벌고자 한다”며 “말 잘하고 똘똘한 애들을 데려가고 싶어한다”고 했다. 

 

높은 검거율은 곧 피해 예방의 첫걸음이다.

 

이 계장은 “코리아전담반 파견은 굉장히 의미 있다. 기존에는 사실상 해외에서 범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들을 검거하는 식이었다”며 “지금은 범죄 실행 당시에 현지에서 단속, 송환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이스피싱범 수사를 하는 의미를 ‘여기서 찾는다’며 “검거 당시 10억원의 사기를 친 조직 1개를 단속하면 90억원의 추가 피해를 막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 계장 역시 “코리아전담반 파견 이후 범죄 조직을 와해시켰다”면서도 “스캠 조직들은 집요하고 빠르게 수법을 바꿔가며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지금이 방심하지 않아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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