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한글날이었다. 올해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80년, 그날을 기리기 시작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올해를 ‘한글의 해’로 정한 것도 그래서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서문에 한글을 만든 까닭을 적어두었다. 우리말과 중국말이 달라 한자로는 뜻이 잘 통하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백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익혀 날마다 쓸 수 있는 글자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1447년 무렵에는 부처의 공덕을 기리는 노래를 손수 지어 월인천강지곡으로 펴냈다.
이 책은 한글을 본문에 두고 한자를 작게 단 첫 책이었다. 만들기만 해서는 누구나 쉽게 익히게 할 수 없으니, 한글을 보급하는 일에도 그만큼 힘을 쓴 것이다.
한글날을 만든 이들도 우리말을 연구하던 사람들이었다. 1921년에 꾸려진 조선어연구회가 1926년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아 그날을 ‘가갸날’이라 불렀고, 두 해 뒤 한글날로 이름을 바꿨다. 처음에는 음력으로 기렸고, 날짜를 양력 10월9일로 확정한 것은 1946년이다. 그리고 민간이 일제강점기에 만든 기념일을 정부가 국경일로 정한 것은 2005년에 이르러서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며 떠올린 사람들은 이 땅에서 나고 자란 백성이었다.
지금 한글을 배우는 사람은 그들만이 아니다. 국내 학교에도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아이들이 있다. 올해 초·중·고에 다니는 이주배경학생이 21만명을 넘었다. 열에 일곱 가까이는 국제결혼가정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어도 또래와 같이 익혔다. 한글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아이들은 따로 있다.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거나, 한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가정과 동네에서 한국어를 거의 쓰지 않은 아이들이다.
올해 중도입국 학생이 1만3000여명,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가정의 아이가 5만8000여명이다.
이 아이들에게 일반 학급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때까지 한국어를 따로 가르치는 교실을 한국어학급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이 학급을 꾸준히 늘려왔다.
초등학교에 주로 있던 한국어학급을 중·고등학교까지 넓히는 중이다.
다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학급 수가 1.5배로 느는 사이 학생 수는 2.4배로 늘었다. 한 학급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평균 13.8명에서 21.5명이 되었다. 학급 수를 늘리기는 했지만 늘어나는 아이를 따라가지는 못한 것이다.
한글의 해를 맞아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앞으로 다문화사회의 맥락에서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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