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에 들어온 상어 ‘부캉이’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이 돌고 시내버스에도 상어 그림이 붙었다. 개발 초기라 인지도가 낮았던 항구 일대가 뜻밖의 홍보 효과를 누린 셈이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이 상어 열풍 속에서도 북항 한편에서 완공을 앞둔 오페라하우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부산오페라하우스는 1800석 대극장과 300석 블랙박스 극장을 갖춘 오페라·발레 전용 공간이다. 한국을 대표할 오페라극장으로 기대를 모으며, 당초 개관 무대에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오텔로’를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난 14일 이러한 초청 계획을 접고 정식 개관을 2028년으로 미뤘다. 재원 확보의 불확실성, 지역 예술계와의 협력 방안 부족, 시설 점검 등을 이유로 들었다. 무대와 운영을 충분히 준비한 뒤 문을 열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다만 높은 찬성 여론을 뒤집은 결정에는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시가 시민 1000명에게 물은 조사에서는 비용을 줄여 추진하자는 응답을 합쳐 75%가 초청에 찬성했다. 비용과 협력 방안을 보완할 여지는 없었는지 시민이 납득할 만큼 밝혀야 한다.
높은 찬성률에는 세계적인 공연을 부산에서 보고 싶다는 시민의 갈증도 담겨 있을 것이다. 이 기대를 해외 초청이냐 지역 참여냐의 양자택일로 좁힐 필요는 없다. 이달 개관하는 상하이 그랜드 오페라하우스는 지역 악단들의 축전 무대에 이어 라 페니체 극장의 ‘토스카’, 마린스키 극장의 ‘아이다’를 첫 시즌 전면에 배치했다. 단발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연주 역량과 세계 최정상급 프로덕션을 한 시즌에 엮어 관객의 눈높이를 단번에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결국 지역 예술인 참여는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지역 예술단체의 정기 무대를 뒷받침하는 일은 부산문화회관과 구·군 공연장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전문 오페라하우스가 추구할 제1의 가치는 공간에 맞는 국제적인 수준의 예술성이다. 활동 지역을 기준으로 출연 기회를 배분하면 작품에 맞는 예술가를 고를 폭이 좁아지고 무대 완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음악가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적인 무대 할당이 아니라 엄격한 오디션과 충분한 리허설을 거쳐 완성도 높은 공동 제작에 참여하는 기회다. 즉 부산에 자리했다고 해서 부산 예술가만을 위한 극장에 머물러서도 곤란하다.
오페라는 음악뿐 아니라 연출과 무대 기술, 조명과 자막까지 정교하게 맞물려야 완성되는 장르다. 국내외의 뛰어난 지휘자와 연출가가 제작 환경을 믿고 거듭 찾아오고, 지역 예술가도 이들과 호흡하며 극장 시스템의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부산에서 만든 프로덕션이 다른 도시의 무대에도 오를 때 지역 생태계의 활동 반경은 넓어진다.
관객은 이미 좋은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부산콘서트홀은 첫 100일 동안 평균 객석 점유율 84.4%를 기록했다. 초기의 열기를 오페라의 흥행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준 높은 공연을 향한 청중의 수요만큼은 분명히 보여준 신호다. 2028년 개관까지 남은 시간은 그 기대에 답할 극장을 준비하는 데 써야 한다. 개관작 발표 때 이후 두세 시즌의 작품과 핵심 제작 인력, 재원 계획까지 함께 내놓아야 한다. 첫날의 화제보다 그다음 공연을 약속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수온이 식어 상어가 떠나면 수면 위의 소란도 썰물처럼 흩어지기 마련이다. 차가워진 바닷가에서 사람의 발길을 다시 붙드는 것은 결국 무대가 길어 올린 소리의 온기다. 상어를 찾으려 물가를 들여다보던 아이가 몇 해 뒤 같은 자리에서 생애 첫 오페라를 만나고, 어른이 되어서도 듣고 싶은 음악이 있어 이 항구를 다시 찾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상권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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