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제사건까지 넘겨받는 경찰
새 형소법 체제서 수사 지연 불가피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장기간 처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에도 사건 지연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공소청 검사는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수사관 징계나 수사관서 교체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검찰청 폐지에 따라 미제 사건들이 대거 이첩되고, 보완수사 요구까지 급증한다면 경찰이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사건 처리는 더 늘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보완수사 요구 미통보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보완수사 요구가 통보되지 않은 53건 중 37건(69.8%)은 2021년 10월4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개편 이전에 보완수사를 요구받은 사건이었다. 당시에는 담당자가 보완수사 요구 내용을 시스템에 직접 입력하는 등 서류상 작업이 이뤄져 이를 누락하는 관리 소홀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경남 진주경찰서에서는 2020년 12월 무면허 음주운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 2021년 1월 보완수사 요구를 받았으나 담당자가 수사기록을 분실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뒤늦게 기록을 찾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지난 7월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남해경찰서 등에서도 채권추심법 위반 사건의 수사기록을 분실한 뒤 공소시효가 만료돼 사건을 종결한 사례가 확인됐다.
다만 시스템 개편 이후에도 미통보 사례는 이어졌다. 개편 이후 보완수사를 요구받은 미통보 사건은 총 16건으로, 이 가운데 9건은 2024년, 7건은 2021년 10월 5일부터 2023년 사이에 요구된 사건이었다. 경찰은 2024년 요구 사건 9건에 대해 처리 지연 과오가 있다고 인정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프랜차이즈 네일숍 관련 방문판매법 위반 사건에 대해 2022년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았지만 약 4년간 후속 처리를 하지 않다가 지난 6월에야 뒤늦게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은 전산시스템 문제와 담당 수사관의 실수가 겹쳤다고 설명했고, 담당자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미제사건들이 대거 경찰로 넘어오면서 경찰 수사는 더욱 과부하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공소청으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으면 최대 2개월 이내 이행해야 하지만 기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2개월 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못하면 공소청 검사가 직권으로 한 달을 더 연장할 수 있고, 그래도 끝나지 않을 경우 보완수사 재요구가 이뤄질 수 있다. 검사는 그 과정에서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고 판단하면 징계나 수사기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올해 새 형소법 시행으로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급증하게 되면 사건은 양 기관을 오가며 수사 처리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11만14건 중 1개월 내 이행이 완료된 사건은 3만4101건(31.0%)에 불과했다. 보완수사 요구 뒤 3개월 이내 이행되지 않은 사건도 2만6354건(24.0%)에 달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담당 경찰관이 수사 의지가 없어 보이는 경우 기관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본래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이 아니라 지방경찰청에 다른 경찰청이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다른 수사관이 수사를 한다면 기록부터 전부 다시 봐야 하기 때문에 수사 지연은 예상 가능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새 형사사법체계에서 사건 처리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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