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새 30% 급증해 3억 4000만 개 돌파
예·적금만 7조 4000억 원 방치
몇 년 전 공모주 청약을 위해 개설했던 증권사 계좌, 쓰다 남겨둔 옛 급여통장을 한 번쯤 열어볼 때다. 주인이 까맣게 잊은 채 은행과 증권사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금융자산이 14조 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평균 6개꼴로 방치된 셈이다. 금융당국이 매년 ‘숨은 돈 찾아주기’를 벌이고 있지만, 주인을 잃고 새로 쌓이는 계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기 미거래·미청구 및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총 3억 4191만 개로 집계됐다. 2021년 말(2억 6440만 개)과 비교하면 4년 새 7751만 개(29.3%) 늘어난 규모다.
통상 3년 이상 입출금 거래가 끊긴 장기 미거래 계좌와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예·적금·보험금, 휴면성 증권계좌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 ‘공모주 열풍’에 만든 계좌 방치… 증권 예수금 계좌 4년 새 62% 급증
장기 미거래·미청구 계좌는 총 1억 9503만 개로, 2021년 말 대비 26.0%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예·적금 계좌가 1억 2483만 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식 매매 등을 위해 개설된 증권사 예수금 계좌가 6927만 개, 보험금 계좌가 94만 개로 뒤를 이었다.
특히 장기 미거래 예수금 계좌의 폭증세가 두드러졌다. 2021년 말 4281만 개에서 4년 새 61.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장기 미거래 계좌 전체 증가분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전체 누적 규모를 끌어올렸다. 지난 몇 년간 공모주 중복 청약과 주식 투자 열풍을 거치며 여러 증권사에 분산 개설된 계좌들이 거래 중단 상태로 방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 방치된 돈만 14조 1857억 원… 은행권 묵은 예·적금 잔액 8493억 원 늘어
주인을 찾지 못해 묶여 있는 금융자산의 규모는 14조 1857억 원에 달했다.
자산별로는 예·적금이 7조 4342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보험금 5조 1895억 원, 증권 예수금 1조 5620억 원 순이었다.
전체 잔액은 2021년 말(15조 833억 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예·적금 잔액은 같은 기간 6조 5849억 원에서 8493억 원 오히려 증가했다. 금융권별 장기 미거래 예·적금 잔액은 시중은행이 5조 688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호금융 1조 6671억 원, 저축은행 784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청구권 소멸시효가 끝난 휴면금융자산 계좌 역시 2021년 말 1억 955만 개에서 지난해 말 1억 4688만 개로 불어났다. 특히 휴면성 증권계좌가 7311만 개에서 1억 992만 개로 약 3681만 개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체 휴면금융자산 계좌 4개 중 3개(약 75%)가 증권계좌인 셈이다.
◆ 5488억 원 돌려줬지만 512만 개 순증… “사전 안내 체계 뜯어고쳐야”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환급 노력에도 계좌 누적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이 원주인에게 돌려준 휴면금융자산은 5488억 원(약 830만 개 계좌)에 달했다. 서민금융진흥원 출연분을 제외한 실적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환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전년 대비 약 512만 개 순증했다. 자산이 장기간 방치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지 못한 채 사후 환급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성훈 의원은 “환급 실적을 홍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 미거래 계좌가 계속 쌓이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라며 “금융회사의 사전 안내와 환급 절차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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