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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특별감찰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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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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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현 공소청)에 감찰부가 생긴 것은 5공화국 시절인 1983년의 일이다. 한 해 전 검사들이 변호사한테 뇌물을 받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때 전두환 대통령이 격노하자 법무부는 부랴부랴 대검에 자체 감찰 기구를 두는 수습책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다. 초대 감찰부장에는 당시 검사장급이던 김경회(2001년 별세) 전 부산고검장이 임명됐다. 그는 훗날 회고록에서 “감찰부가 일을 열심히 하면 조직 안에서 인심을 잃고, 그렇다고 일을 안 하면 무능한 기구로 전락한다”는 말로 고뇌를 드러냈다. 어느 기관이든 감찰 담당자라면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사무실 모습.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9월 당시 이석수 초대 감찰관이 자진 사퇴한 뒤 10년 넘게 공석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사무실 모습.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9월 당시 이석수 초대 감찰관이 자진 사퇴한 뒤 10년 넘게 공석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오늘날 행정부의 숱한 감찰 담당자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직책이 있다. 2014년 신설된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란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차관급 대우와 3년 임기 보장을 받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등 임명 절차가 까다롭다. 대통령 친인척 및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직자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것이 임무다. 특별검찰관법 제정 이듬해인 2015년 3월 검찰 출신 이석수 변호사가 초대 감찰관에 취임했다. 그 또한 ‘열심히 감찰 활동을 해서 민심을 잃느냐, 아니면 무능하다는 지적을 듣더라도 그냥 적당히 일할 것인가’ 고심이 무척 깊었을 법하다.

 

2016년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정황이 언론에 보도됐다. 우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 등 이른바 사정(司正)기관들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런데도 이석수 감찰관은 우 수석을 겨냥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그 이후 상황은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이 감찰관을 내친 박 대통령의 조치는 되레 부메랑이 되어 청와대를 강타했다. 우 수석은 ‘국정 농단’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박 대통령 본인은 국회 탄핵소추를 당한 데 이어 2017년 3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됐다.

 

최길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후보자가 지난 9월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그가 정식으로 감찰관에 취임하면 제2대 감찰관이자 전임자 사퇴 후 10년 만의 후임 감찰관이 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길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후보자가 지난 9월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그가 정식으로 감찰관에 취임하면 제2대 감찰관이자 전임자 사퇴 후 10년 만의 후임 감찰관이 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 뒤 지금까지 10년 넘게 감찰관 자리는 공석이다. 여야 모두 박근혜정부 붕괴의 단초가 된 감찰관 직위에 부담을 느낀 탓일 것이다. 가히 ‘이석수 효과’로 불릴 만하다. 올해 들어 부장검사 출신 최길수 변호사가 감찰관 후보자로 지명돼 진작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으나 임명이 차일파일 지연된 것도 그 때문 아니겠는가. 여야가 19일 최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에 합의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여권 입장에선 대통령과 그 주변을 늘 감시하는 감찰관의 존재가 무척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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