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 요구에 더 이상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자 유럽연합(EU)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북·러 간 전략적 협력이 심화하자 러시아가 북한의 안보 논리를 지지하며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 공조에서 이탈하는 양상을 보이면서다. 북·러는 최근에도 수교 78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EU “러시아 북핵 입장 변경, 핵 비확산 노력 훼손”
유럽연합(EU)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제81차 유엔총회 제1위원회 성명에서 “러시아는 2024년 이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불안정하게 변경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성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81차 유엔총회 핵무기 위원회에서 주제네바 유럽연합(EU) 대표부 참사관 클레멘 폴라크가 발표한 내용이다. EU는 “러시아의 입장 변경은 수십 년간의 핵확산 방지 노력을 훼손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지지하는 행위”라며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확고히 지지하며, 이를 위한 모든 의미 있는 외교적 노력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는 불법적 군사 협력을 즉시 중단하라”며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 보유국 지위나 그 밖의 어떤 특별 지위도 가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의 대북 비핵화 입장 변화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2024년 9월 “북한에 적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 자체가 모든 의미를 잃었다”며 “우리에게 이것은 종결된 문제”라고 언급했다. 같은 해 6월 19일 북·러 정상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직후의 발언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7월 22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행사 참석 후에도 “2년 전 공식적으로 밝혔듯이, 북한을 억제하거나 군사행동을 유발하려는 노골적인 의도를 가진 상당히 공격적인 움직임이 북한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는 요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무력 강화를 주권 수호를 위한 조치로 정당화해 온 것과 맞닿은 논리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서방을 견제할 필요성이 커진 러시아가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고 미국 주도의 안보 질서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러, 수교 78주년 맞아 ‘불멸의 전우관계’ 과시
최근 북·러는 군사협력뿐 아니라 북한 나선시와 러시아 하산을 잇는 두만강 자동차다리 개통을 통해 경제협력과 인적교류 확대 기반을 마련하는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양국 간 외교 관계 설정 78돌을 즈음해 지난 13일 연회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연회에는 북·러 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러시아 측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과 외무부, 국방부, 내무부, 연방평의회, 국가회의, 연방공산당 등 정부와 국회, 정당, 단체 인사들이 초대됐다. 통신은 15일 “안드레이 포드옐리셰프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14일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김정규 외무성 부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북·러 수교 78주년 기념 연회를 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홍철 주러북한대사는 연회 연설에서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 “조·로(북·러) 친선 관계의 공고성과 진리성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불패의 전우관계로 도약했다”며 “공동의 사업을 줄기차게 확대 발전시켜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코즐로프 장관은 “2024년 두 정상이 맺은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으로 협조발전의 새로운 단계가 마련됐다”며 “존중과 신뢰, 공동의 번영에 대한 두 나라의 지향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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