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상승할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반도체 특수로 1%대에 머물러 있던 잠재성장률이 2%로 반등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잠재성장률 반등이 경제 전반의 구조개선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와 함께 호황에 비례해 심화하는 양극화 문제를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평가액이 석 달 반 만에 200조원 가까이 줄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승장을 이끌며 국민연금의 평가이익을 불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다. 두 종목에서만 전체 감소액의 70% 이상이 발생했다. 증시 급락에 따른 평가액 감소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운용 성과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6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초호황에도 제조업,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 한파가 이어지면서다.
◆반도체 ‘후광’…韓 잠재성장률 반등
18일 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4%에서 올해 2.14%, 내년 2.2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 2.06%를 기록한 뒤 2024년(1.96%)과 2025년 1%대로 떨어졌는데, 올해 다시 2%대로 올라서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끌어올릴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이다. 경기부양을 통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실질 GDP 성장률과 달리, 경제의 기초 체력과 성장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이 수치가 반등한다는 것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감소 등의 구조적 제약에도 성장 여력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IMF의 잠재성장률 전망치가 2년 연속 높아진 것은 이른바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 때인 1986∼1987년 이후 40년 만이다. 당시에는 1985년 9.67%에서 1986년 9.77%, 1987년 9.91%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오랜 기간 하락세를 이어왔다. 2010년 4.05%에서 이듬해 3.67%로 떨어졌고, 2018년(2.97%)에는 2%대, 2020년(1.28%)에는 1%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전망치인 2.14%는 2021년 2.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이 적어도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적어도 내년까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의 재정 여건도 궁극적으로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호황과 달리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군의 부진이 장기화하며 잠재성장률의 반등을 경기 호조로 단정 지어선 안 된다는 신중론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최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를 지적하며 “반도체 성과가 워낙 탁월하고 그로 인해 총계 지표가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미 정체 또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호황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는 구조 역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취업유발계수가 낮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호황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취업난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반도체 특수로 잠재성장률이 오르긴 했지만, 반도체 외의 산업에서 겪는 부진을 고려하면 경제 전반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도 감안해야 한다”며 “반도체 호황 역시 사이클에 따라 장기간 지속되긴 어려운 만큼, 제2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석달 반 만에 182조 증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다고 공시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 15일 기준 333조53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 515조9293억원과 비교하면 석 달 반 만에 182조3963억원(35.3%) 감소했다.
분기 기준 국민연금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감소한 것은 2024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감소 폭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쌓았던 평가이익을 한 분기 만에 사실상 대부분 반납했다.
평가액 감소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지난 6월 말과 비교해 SK하이닉스의 평가액은 74조2261억원 줄었고, 삼성전자도 56조8710억원 감소했다. 두 종목의 감소액을 합하면 131조971억원으로 전체 감소액의 71.8%에 달한다.
두 종목은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대표적인 대형주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국민연금의 보유주식 평가액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급격하게 조정받으면서 상승기에 커졌던 평가액이 반대로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두 종목의 주가는 지난주에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26만2000원에서 21만5500원으로 17.8% 떨어졌다. 주간 하락률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넷째 주(20~24일·-19.3%)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168만1000원에서 127만2000원으로 24.3% 급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2008년 11월 셋째 주(-31.9%)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크게 늘린 시점에 두 종목이 하락하면서 주가 조정의 충격이 국민 노후자산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주식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국내주식 목표 비중도 당초 14.4%에서 1월 14.9%, 5월 20.8%로 높인 바 있다. 유연하게 운용 가능한 추가 폭(8%)까지 더하면 최대 28.8%까지 국내주식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다.
투자비중 조정 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규모는 크게 증가했다. 기금위에 따르면 2022년 125조원이던 국내주식 투자규모는 2023년 148조원→2024년 140조원→2025년 264조원→2026년 7월 419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14.1%→2023년 14.3%→2024년 11.5%→2025년 18.1%→2026년 7월 24.9%로 확대했다. 코스피가 9000을 넘었던 지난 6월 말에는 29.1%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두 종목이 국민연금 투자 성과까지 흔들면서 오는 12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비중을 다시 조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취업자 증가 폭 6년 만에 최저 위기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9월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월평균 약 11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2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현재 취업자 증가세는 정부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정부가 7월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수는 작년보다 월평균 15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취업자 수가 작년보다 평균 15만명 증가하려면 남은 석 달 동안 취업자 수가 매월 25만명 남짓 늘어야 한다. 하지만 그간의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1년 전과 비교한 취업자 증가폭이 가장 컸던 때는 2월로 23만4000명이었고 3월이 20만6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 20만명 미만이었고, 5월에는 오히려 취업자가 감소하기까지 했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15만명에 미달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21만8000명 감소) 이후 최소 증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구 감소 효과를 감안한 고용률도 정부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1~9월 15세 이상 평균 고용률은 62.8% 수준으로 올해 전망치(63.0%)에 약 0.2%포인트 미달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건 반도체의 취업 유발 효과가 낮은 데다 다른 제조업 부문과 건설업 등에서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월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월평균 5만1000명 감소했고, 건설업 취업자도 같은 기간 3만7000명 감소했다. 또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많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도 3만2000명 줄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22만4000명 증가해 그나마 고용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연령별로는 청년층(15~29세)에서 취업자 수가 작년보다 월평균 17만7000명 정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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