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체납에 ‘10년’ 못 채운 근로자도 13만명
정년을 앞둔 50대가 직장을 떠난 뒤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이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해마다 6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스로 보험료를 내 가입을 이어간 사람은 100명 가운데 1명꼴에 그쳤다. 사실상 직장을 잃으면 연금도 끊기는 셈이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회사가 보험료를 내지 않아 노령연금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할 위기에 놓인 근로자도 13만명이 넘는다.
앞선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장가입자에서 적용제외자로 바뀐 50대(50∼59세)는 6만1011명이었다.
연말 기준으로 2021년 6만3183명, 2022년 5만6544명, 2023년 6만1781명, 2024년 6만9609명으로 해마다 6만명 안팎을 오갔고, 올해도 6월까지 4만4524명이 적용제외로 전환됐다.
◆ 배우자가 가입자면 의무가입서 빠진다
국민연금은 국내에 사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이 소득이 있으면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직장에 다니면 사업장가입자로 보험료를 내지만, 회사를 떠난 뒤 배우자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가입자·수급자이고 본인은 별도 소득이 없거나,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등의 경우에는 의무가입 대상에서 빠진다. 이를 적용제외라고 한다.
지난해 적용제외 사유를 보면 무소득 배우자 등이 6만3명으로 98.3%를 차지했다. 기초생활수급(813명)과 조기노령연금 수급(152명), 다른 공적연금 가입(43명)은 소수였다.
적용제외 기간에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 만큼 가입기간도 쌓이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최소 가입기간 10년(120개월)을 채워야 연금 수급권이 생기고, 채우지 못한 채 수급 개시 연령에 이르면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돌려받는다.
50대라면 최소 가입기간은 채웠을 가능성이 높지만 가입기간이 길수록 수급액이 늘어나는 만큼, 수급을 앞둔 50대의 납부 공백은 그대로 노후 연금액을 깎는다.
◆ 스스로 이어 낸 50대는 100명 중 1명
적용제외가 됐더라도 임의가입자가 돼 스스로 보험료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장가입자에서 임의가입자로 옮겨 납부를 이어간 50대는 2021년 1208명, 2022년 801명, 2023년 704명, 2024년 742명, 지난해 809명에 그쳤다.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는 동안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실업크레딧도 끝나고 나면 공백이 컸다.
지난해 50대 실업크레딧 지원 인원은 22만3676명이었는데, 구직급여가 끝난 뒤 이듬해 6개월 안에 지역가입자로 보험료를 한 달 이상 낸 사람은 2만177명(9.0%)이었다.
이 비율은 2021년 11.5%에서 2022년 10.9%, 2023년 10.1%, 2024년 9.1%로 해마다 낮아졌다.
허 의원은 “정년을 앞둔 50대는 노후 연금액이 결정되는 마지막 시기인데 직장을 잃는 순간 매년 6만명 안팎이 연금 가입 공백에 놓이고 있다”며 “실업크레딧이 끝난 뒤에도 보험료 지원을 이어가고 적용제외 대상자에게 임의가입을 적극 안내하는 등 가입 공백을 메우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하는 동안에도 빈다…회사 체납에 10년 못 채운 13만명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도 가입기간이 빌 수 있다. 지난 12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사업장의 보험료 체납으로 가입기간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이력이 있는 가입자는 150만3427명에 달했다.
이들이 손해를 본 미납 기간은 1인당 평균 약 7개월이었다.
현재 인정된 가입기간은 10년 미만이지만 사업장 미납 기간을 합치면 10년을 채우는 가입자는 13만461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은퇴 연령에 들어선 60세 이상도 2만982명이었다.
특히 가입기간이 119개월에 그친 가입자는 5만6883명으로 전체의 42.3%를 차지했다. 회사가 체납한 보험료 가운데 단 한 달만 더 인정받아도 노령연금 수급 요건을 채울 수 있는 이들이다.
이미 연금을 포기하고 낸 보험료를 ‘반환일시금’으로 돌려받은 이들 가운데서도 피해가 확인됐다.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반환일시금을 받은 이들 가운데 회사 미납 기간을 더했다면 10년 가입 요건을 채울 수 있었던 사례는 2823명이었고, 이들의 체납 기간은 모두 7만4947개월이었다.
한 사람당 평균 2년이 넘는 기간(약 26.5개월)이 회사 체납으로 비어 있었던 셈이다.
◆ 내 몫 또 내도 ‘절반’만 인정
국민연금 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지만 납부 의무는 사업주에게 있다. 근로자 몫인 기여금은 사업주가 월급에서 원천공제해 회사 몫인 부담금과 함께 내도록 돼 있다(국민연금법 제90조).
국민연금법 제17조는 사용자가 임금에서 기여금을 떼고도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그 기간의 절반만 가입기간에 넣도록 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근로자에게 체납 사실을 통지하면 통지된 체납월의 다음 달부터는 그마저도 가입기간에서 빠진다.
이때 근로자가 체납 기간의 기여금을 직접 내면 그 기간의 절반을, 회사 몫인 부담금까지 함께 내야 기간 전체를 인정받는다.
같은 사회보험이라도 건강보험은 사정이 다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는 사용자가 보험료를 체납했더라도 직장가입자 본인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보험급여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소 의원실에 낸 서면 답변에서 “사업주의 체납으로 급여에서 기여금을 공제했음에도 불이익을 받게 된 근로자의 구제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험료 납부 없이 가입기간을 우선 인정하면 기금 재정 부담이 생기고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단이 제시한 대책도 고액·상습 체납 사업주의 명단 공개 기준을 20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낮추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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