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혼(黃昏)의 일본 경제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 세계뉴스룸

입력 :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글 선호 매체 등록

1956년 일본 정부가 펴낸 ‘경제 백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더는 전후(戰後)가 아니다.” 1945년 2차대전이 군국주의 일본의 패배와 항복으로 끝나고 11년이 흐른 시점이다. 도쿄를 비롯해 국토 대부분이 폐허로 전락한 일본의 빠른 부활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더는 전후가 아니란 선언에서 ‘불과 10여년 만에 완벽한 경제 부흥을 이뤄냈다’는 일본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물론 일본 국민의 피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1950∼1953년 6·25 전쟁 기간 미국이 한반도에서 가까운 일본을 ‘후방 기지’로 삼으면서 전시 경제의 거대한 특수(特需)를 누린 점도 한몫했다.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보수 우익 인사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이 일본 국기를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보수 우익 인사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이 일본 국기를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국민은 예나 지금이나 콧대가 높기로 유명하다. 1960년대 초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일본 총리와 자리를 함께했다. 당시 드골이 이케다를 ‘트랜지스터 상인’에 비유했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일국의 총리라면 모름지기 동서 냉전 등 국제사회 현안에 관심을 기울여야지 수출로 돈을 버는 데에만 혈안이 돼서야 쓰겠느냐는 힐난이 담겨 있었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일본인을 겨냥한 ‘경제 동물’이란 멸칭(蔑稱)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일본 국민은 모욕감을 느꼈으나 꾹 참았다. 1968년 일본은 국민총생산(GNP) 규모에서 서독(현 독일)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이를 보며 노년의 드골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못내 궁금하다.

 

일본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의 주요 2개국(G2)으로 군림한 기간은 40년이 넘는다. 그러는 사이 이른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했다. 이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되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공산주의, 자본주의 같은 이념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느냐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처럼 과감한 개혁과 개방 정책은 1990년대 들어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을 견인했다. 급기야 201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을 꺾고 세계 2위를 기록했다. 42년 만에 3위 경제 대국으로 내려앉은 일본인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14일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과 함께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14일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과 함께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23년 일본 경제는 독일에 추월을 당하며 3위마저 내줬다. ‘세계 4위’라는 순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또 나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 펴낸 ‘세계 경제 전망’ 자료에서 일본 경제가 조만간 인도, 영국에게도 차례로 뒤처져 오는 2027년이면 6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의 저조한 경제 성장률과 엔화 가치의 하락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국민 수가 14억명이 넘는 인도, 중국 같은 인구 대국들이야 그렇다 쳐도 일본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독일, 영국한테도 밀려난다니 자못 충격적이다. 일본 경제도 이제 전성기를 지나 황혼기에 접어든 것인가.


오피니언

포토

츠키 '매력적인 미소'
  • 츠키 '매력적인 미소'
  • 호피 무늬 수영복 입은 김사랑, 48세 나이 무색
  • 트와이스 다현 '반가운 손인사'
  • 박남정 딸 시은, 홀터넥 입고 '뼈말라' 몸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