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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잎에 내린 서리, 땅속에 스민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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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갑작스러운 추위 습격에
밭작물 뿌리 냉해 위험 높아져
수확 순서 정해 보온·수분 관리
철저한 대비로 작물 피해 줄여야

10월의 낮은 아직 따뜻하다. 햇볕 아래에서는 겉옷이 거추장스럽다가도 해가 지면 금세 옷깃을 여미게 된다. 도시에서는 산책과 단풍을 즐기는 계절이지만, 수확을 앞둔 농촌에서는 밤사이의 추위가 마음에 걸린다. 아침에 밭에 나가 보니 잎이 검게 변하거나 열매가 상해 있다면, 한 해 동안 들인 정성이 하룻밤 사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크다는 예보가 나오면 우리는 감기를 걱정하며 겉옷을 챙긴다. 감기의 직접 원인은 바이러스지만,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맞춰 몸을 돌봐야 한다는 경험은 익숙하다. 농작물에도 계절을 건너는 준비가 필요하다.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면 추위에 대응할 틈이 있지만, 따뜻한 날이 이어진 뒤 갑자기 식으면 적응할 시간이 짧아진다. 사람은 추우면 옷을 입고 실내로 들어가지만, 밭의 작물은 그 자리에서 밤을 견뎌야 한다.

김상엽 건국대학교 교수·소방방재융합학
김상엽 건국대학교 교수·소방방재융합학

특히 맑고 바람이 약한 가을밤에는 서리가 생기기 쉽다. 땅과 잎이 낮 동안 받은 열을 밤하늘로 내보내면서 차가워지는 복사냉각 때문이다. 구름이 적으면 열이 빠져나가기 쉽고, 바람이 약하면 지표 부근의 찬 공기가 위쪽의 따뜻한 공기와 잘 섞이지 않는다. 예보에 나오는 기온이 영상이어도 잎과 지표는 더 차가워져서 서리가 생길 수 있다. 낮에 햇볕이 좋았다는 기억만으로 그날 밤의 밭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저온 피해를 흔히 냉해라고 부르지만, 작물이 얼지 않는 저온에서 생육이 위축되는 냉해와 조직이 얼어 손상되는 서리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만 농민이 마주하는 질문은 비슷하다. 작물이 얼마나 추웠는지, 그 추위가 얼마나 이어졌는지, 견딜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다. 작물의 종류와 자라는 시기에 따라 같은 온도에서도 결과는 달라진다.

우리는 피해를 확인할 때 주로 잎과 열매를 본다. 색이 변하고 축 처진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물의 몸은 땅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흙 속에는 물과 양분을 받아 올리며 잎과 열매를 지탱하는 뿌리가 있다. 잎이 바깥 날씨를 맞는 얼굴이라면, 뿌리는 그 몸의 생활을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바탕이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만 살피면 이 바탕이 겪는 어려움을 놓칠 수 있다.

땅은 바깥의 추위를 어느 정도 완충해 준다. 지표가 빠르게 식어도 땅속은 더 천천히 반응하므로, 서리가 내렸다고 뿌리까지 곧바로 얼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추위가 이어져 뿌리 주변의 온도까지 내려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뿌리는 얼지 않아도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활동이 둔해질 수 있다. 땅에는 물이 남아 있는데 작물은 물 부족을 겪는 상황도 생긴다. 식탁에 음식이 차려져 있어도 몸이 아프면 제대로 먹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잎에 서리가 보이지 않거나 땅이 얼지 않았다고 해서 저온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뿌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영향은 줄기를 거쳐 잎과 열매로 이어질 수 있다. 낮에 기온이 다시 올랐다고 땅속도 같은 속도로 따뜻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날씨와 흙 속의 날씨는 서로 다른 시간표로 움직인다. 작물을 돌보려면 그 두 시간표를 함께 읽어야 한다.

흙의 수분도 이 시간표에 영향을 준다. 토양은 낮에 열을 저장했다가 밤에 내놓는데, 수분 상태에 따라 열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같은 추위라도 마른 밭과 적절한 수분을 유지한 밭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물을 많이 주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지나친 습기는 뿌리의 숨 쉬는 일을 방해할 수 있다. 추위를 견디는 힘은 땅 온도와 수분, 작물의 상태가 함께 만들어낸다.

서리해를 줄이는 일도 이 보이지 않는 조건을 살피는 데서 시작한다. 작물의 성숙도와 밤사이의 추위를 함께 고려해 수확 순서를 정하고, 작물에 맞는 보온과 수분 관리를 준비해야 한다. 관계기관과 지자체부터 추위가 모이는 낮은 밭과 취약한 작물을 먼저 살펴야 한다. 경고는 농민이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을 때 도착해야 한다. 작은 밭의 수확을 지키는 일은 그 땅에 쌓인 농민의 시간과 우리 식탁의 한 끼를 함께 지키는 일이다.

가을의 첫서리는 계절이 바뀌었다는 소식이다.

옷 한 벌 더 걸칠 수 없는 작물에게는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다.

 

김상엽 건국대학교 교수·소방방재융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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