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빙 받기 어려워 지원 못 받아
경력 30년의 래퍼도 서류를 보완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힙합 듀오 가리온의 MC메타(본명 이재현·55)가 올해 처음 신청한 예술활동증명 이야기다.
예술인 복지의 첫 관문인 이 증명을 받은 이는 세계일보 ‘청년 래퍼 설문조사’ 응답자 80명 가운데 26명(32.5%)뿐이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활동 실적을 심사해 인정하면 예술활동준비금과 예술인 산재보험 등 지원의 문이 열린다. 11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증명을 신청한 45명 중 19명(42.2%)은 MC메타처럼 보완 요구를 받거나 반려됐다. 제도를 알고도 신청하지 않았거나 신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39명은 그 이유(복수 응답)로 ‘요구하는 서류 형식이 까다로워서’(22명·56.4%)를 가장 많이 꼽았다.
문제는 증빙이다. 재단 기준으로 대중음악 분야는 최근 5년간 공연에 3편 이상 출연했거나 음원을 3곡 이상 발표했어야 한다. 공연 실적을 인정받으려면 포스터와 리플릿에 더해 출연계약서(또는 확인서)와 출연료 입금 내역을 내야 한다. 일반음악 분야 출연자는 포스터와 리플릿만 내면 된다. 계약서를 잘 쓰지 않는 관행 탓에 래퍼들에게는 이 증빙이 쉽지 않다.
MC메타도 올해 5월 신청해 증빙자료를 보완한 끝에 8월3일 증명을 받았다. 그는 “주변과 비교하면 저는 빨리 된 케이스”라며 “온라인상에선 원성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심사하는 쪽도 사정이 있다. 올해 5월까지 재단에 접수된 신청은 6만7000여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6만6456건)를 넘어섰다. 심사 인력을 늘렸지만 밀려드는 신청을 감당하기 벅차고,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신청을 걸러내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구비해야 할 서류가 많고, 심사 대상도 많아 실제 활동과 서류상 인정되는 활동의 간극이 생긴다”며 “제도의 운영 목적과 혜택 제공 방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이 시리즈의 전 회차는 세계일보 인터랙티브 기사(www.segye.com/investigative/k-hiphop)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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