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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게 아시안컵은 우승 못하는데, 아시안게임은 4연패 금자탑? 병역 혜택이 만들어낸 한국 축구의 ‘왜곡’ 혹은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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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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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훈 기자] 한국 축구가 또 한 번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2014 인천부터 시작해 4회 연속 금메달이다. 그렇다고 한국 축구가 아시아 최정상이냐? 그건 또 아니다. 아시아 대륙에서 최고 권위의 축구 대회인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우승한 건 1956, 1960년에 열린 1,2회 대회 뿐이다. 이후 2023년 열린 18회 대회까지 63년 간 우승하지 못했다. 아시안컵에서는 반세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아시안게임에선 4연패를 달성하는 ‘아이러니’의 이유는? 맞다. 분단국가인 한국의 특수성 때문이다. 바로 병역 혜택이라는 ‘후과’가 아시안게임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엄지성이 골을 넣고 있다.  뉴스1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엄지성이 골을 넣고 있다.  뉴스1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후반 16분 터진 엄지성(스완지시티)의 결승 골에 힘입어 일본을 1-0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4 인천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2026 아이치·나고야까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패를 달성한 한국은 통산 우승에서도 한국은 가장 많은 7회로 2위 이란(4회)을 멀찍이 따돌리고 ‘아시안게임 한정’ 최강 국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엄지성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엄지성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특히 자카르타와 항저우에 이어 이번 아이치·나고야까지 결승에서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아시안게임 한일전’은 6연승이며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역대 전적은 9승1패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엄지성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4골 4도움으로 득점왕과 도움왕을 휩쓸며 한국의 금메달을 몸소 가져왔다. 와일드카드로 이번 엔트리에 합류한 엄지성은 이번 그메달로 병역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며 해외리그 생활을 부담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됐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1대0 승리 후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1대0 승리 후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4연패의 ‘금자탑’이 기쁘긴 한데, 어딘가 찝찝하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 정상급 중 하나인 건 분명한데, 자신있게 최정상이라고 말할 순 없다. A대표팀 간의 한일전만 해도 2020년대 들어 3경기 연속 패배 중이다. 0-3(2021.3.25. 친선경기), 0-3(2022.7.27 EAFF E-1 풋볼 챔피언십), 0-1(2025.7.15. 2025 EAFF E-1 풋볼 챔피언십)

 

그런데도 아시안게임에서만 유독 한국이 우승을 4번 연속으로 한 비결? 바로 병역 혜택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한국 축구의 에이스였던 손흥민이 뛰었고, 2022 항저우에선 이강인이 뛰었다. 이미 해외리그에서 뛰던 둘이 아시안게임이라고 하는 정식 A매치도 아닌 대회에 나온 이유? 딱 하나다. 병역 혜택을 위해.

 

이번 아시안게임도 거의 한국만 ‘진심’이었다. 23명 엔트리 중 무려 9명의 유럽파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영준(그라스호퍼)을 제외한 유럽파 8명은 모두 미필 상태였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4골 4도움으로 하드캐리한 엄지성도 물론 미필, 이날 엄지성의 결승골을 도운 양민혁(토트넘)도 미필이다. 이번 엔트리 23명 중 이미 병역 의무를 마친 이영준), 이승원(강원), 김준홍(수원)을 제외한 20명이 이번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축구에는 연령 제한이 있다. 기본 엔트리를 23세 이하로 짜야 한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가들은 스스로 21세 이하로 대표팀을 짜서 나온다. 2년 뒤 열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겨냥한 처사다. 이들을 주축으로 해서 2년 뒤 올림픽에서의 메달을 바라보겠다는 의도로, 아시안게임은 이들의 성장을 위한 실전 경험의 무대로 쓴다는 의미다. 이날 결승전에서 상대한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은 이번 대표팀 전원이 2005~2007년생으로서 21세 이하로 대표팀을 꾸렸다. 당연히 와일드카드 3장도 쓰지 않았다.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반면 한국은 23세 이하를 꽉 채워 기본 엔트리를 구성했고, 와일드카드 3장도 다 썼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엔트리에도 들었던 엄지성과 양현준(셀틱), 이기혁(강원)을 포함시켰다. 이미 성인 대표팀 수준인 이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이유? 당연히 병역 때문이다. 사실상 한국은 다른 팀들과는 급을 달리하는 최강 전력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임했고,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전승을 거두며 결국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따냈다.

 

최강 전력을 꾸린 만큼, 경기력도 압도적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선 사우디에 단 두 골밖에 뽑아내지 못했고,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도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가 겨우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결승에서도 평균 2살 어린 일본 21세 이하 대표팀에게 고전하다가 양현준-엄지성 콤비의 ‘한 방’에 힘입어 결승골을 따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엄지성이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손뼉치고 있다.   도요타=뉴스1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엄지성이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손뼉치고 있다.   도요타=뉴스1

경기 뒤 이민성 감독은 “선수들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감독인 저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금메달을 일궈낸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전에 대한 압박감과 병역 문제 등 부담이 컸지만, 선수들이 모두 인내하고 버텨준 것이 승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부진한 경기력에 대해 이 감독은 “경기력 문제로 비판도 받았지만, 이번 대회는 결과가 가장 중요했기에 나름대로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대표팀 선수 중 상당수가 A대표팀에 올라가 한국 축구의 도약을 이끌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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