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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로 몰리는 선박들…9월 운항 133회, 2022년의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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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구 온라인뉴스 기자 hibou51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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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에 중동·홍해 지정학적 불안까지…중국 선박도 유럽행 대체항로로 활용
칭다오→영국 24일 만에 도착…벌크선 운항도 8월 18척→9월 29척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8월 31일 북극해에 진입해 운항하고 있다. 선박 앞에는 유빙이 보인다. 해양수산부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8월 31일 북극해에 진입해 운항하고 있다. 선박 앞에는 유빙이 보인다. 해양수산부

북극해를 통과하는 선박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해빙으로 항로 이용이 쉬워진 데다 중동과 홍해 등 주요 해상 요충지의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서 선주들이 기존 항로를 대신할 길로 북극항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양정보 전문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를 인용해 지난달 북극해 항로를 통한 항해 횟수가 133회로 집계됐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22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규모이며, 8월과 비교하면 46% 증가한 수치다.

 

북극항로 이용이 늘어난 배경에는 기후 변화에 따른 해빙과 지정학적 위험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9월은 통상 북극해의 얼음이 가장 얇아지는 시기로, 쇄빙 능력이 없는 선박도 항로를 이용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여기에 중동과 홍해를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면서 선사들이 기존 해상 교통로의 위험을 피할 대체항로를 찾고 있다.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북극항로를 통과한 선박 가운데 거의 절반은 러시아 선적이었으며, 중국 선박들도 유럽 시장으로 향하는 대체 경로로 이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운항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중국 컨테이너선 ‘두바이 타워’호는 지난달 중국 칭다오에서 출발해 북극을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24일 만에 도착했다. 수에즈 운하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치는 기존 항로를 이용할 경우 40일 이상 걸리는 거리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기존에는 러시아의 가스 플랜트로 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주로 이 항로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곡물과 철광석 등 원자재를 운송하는 벌크선의 통행도 늘었다. 벌크선 통행량은 8월 18척에서 9월 29척으로 증가했다.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의 브리짓 디아쿤 해양정보 책임자는 정부와 선사들이 지정학적 혼란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대체항로를 점점 더 찾고 있다며 북극항로 이용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극항로의 확대가 곧바로 새로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와 환경단체들은 북극 지역의 수색·구조와 사고 발생 시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반적인 해역보다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북극의 특수한 환경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수로국 관계자는 극고위도 지역에서는 항해 장비와 위치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극점에 가까워질수록 지구 곡률의 영향이 커지는 만큼 정확한 위치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별도의 항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은 최근 분석에서 2025년 북극 겨울철 해빙 면적이 전년보다 5.8% 감소해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가장 큰 연간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6년 겨울철 해빙은 소폭 회복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프랑스 해양환경 연구단체 타라 오션 재단의 로맹 트루빌레 이사는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국가와 기업이 늘어날수록 북극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극항로는 해빙 감소와 지정학적 불안이라는 두 변화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국제 물류망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운항 확대에 따른 사고 대응과 환경 보호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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