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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피켓 들고 수해 현장으로 출근했던 군수…박정현 지방시대위원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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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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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파면 촉구 앞장…현수막 고발·기소유예에도 소신
한 달간 수해 현장 출근…아들 결혼식 직원 참석·축의금 거절
굿뜨래페이·농민수당 추진한 재선 군수, 국가 균형발전 중책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며 홀로 피켓을 들었던 군수. 수해가 난 여름에는 한 달간 사무실 대신 피해 농민들 곁으로 출근했고, 아들 결혼식에는 직원들의 참석과 축의금을 사양했다. 지난 1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으로 위촉된 박정현 전 충남 부여군수의 행정과 정치 행보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대통령 직속 박정현 지방시대위원장.
대통령 직속 박정현 지방시대위원장.

충남도 정무부지사와 재선 부여군수를 지낸 그가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을 이끄는 장관급 중책을 맡았다. 청와대는 지방소멸과 지역 불균형을 현장에서 직접 다뤄온 경험을 발탁 배경으로 제시했다. 농촌 지방정부에서 쌓은 경험을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시험대다.

 

박 위원장을 전국적으로 알린 행보 중 하나는 12·3 비상계엄 이후의 탄핵 촉구 시위였다. 그는 2024년 12월 11일 부여군청 인근 회전교차로에서 ‘윤석열 탄핵하라. 탄핵 반대는 내란 공범’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당시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탄핵 촉구 1인 시위에 나선 사례였다.

 

2025년 3월 7일에는 부여군 여성회관 외벽에 ‘헌정유린 국헌문란 윤석열을 파면하라–부여군수 박정현’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직접 시안을 작성하고 제작비도 사비로 부담했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첫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주목받았지만, 공공건물 외벽을 사용한 행위는 고발과 수사로 이어졌다.

 

박정현 부여군수가 2025년 11월 29일 부여군청 앞 회전교차로에서 내란전담 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박정현 부여군수가 2025년 11월 29일 부여군청 앞 회전교차로에서 내란전담 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현수막은 게시 하루 뒤 철거됐다. 이후 검찰은 옥외광고물법과 공유재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사비로 제작했다는 사실과 별개로 게시 장소와 방식이 법적 논란을 낳은 것이다. 박 위원장은 당시 자신의 행동을 헌정 질서 수호를 위한 지방정부 책임자의 책무로 설명하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다시 피켓을 들었다. 출근 전 시간을 활용해 책임자에 대한 신속한 사법 판단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요구했다. 탄핵·파면 요구에서 사법적 책임 규명까지 이어진 일련의 행동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그의 성향을 드러냈다.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인물이지만, 군수 시절 주민들에게 남긴 모습에는 재난 현장을 지킨 행정도 있다.

 

2024년 여름 부여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수박·토마토·오이 재배시설과 농경지가 큰 피해를 입자 그는 한 달가량 매일 오전 7시 수해복구 현장으로 향했다. 주말과 휴일에도 피해 마을과 들녘을 돌며 주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복구 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점심 무렵에는 현장 가까운 면사무소 등에서 전자결재를 처리하고, 오후에는 군청으로 돌아와 회의와 대면결재를 이어갔다. 피해 주민들이 오히려 건강을 걱정하며 쉬라고 권할 정도였다. 당시 수행했던 공무원들은 군민이 어려울 때 행정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배웠다고 전했다.

 

그해 8월 차남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처신이 알려졌다. 가족과 소수 지인만 초대한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직원들이 가져온 축의금을 거절하고 참석도 사양했다. 정무직 직원에게도 일반직과의 차별로 비칠 수 있다며 같은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8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날의 기억을 기록한 박정현 군수.
2024년 8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날의 기억을 기록한 박정현 군수. 

정책에서는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농민의 소득을 뒷받침하는 데 힘을 쏟았다. 공동체 순환형 지역화폐인 ‘굿뜨래페이’를 발행하고 충남에서 처음으로 농민수당을 도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설립을 주도한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에서는 대변인을 맡았다. 기본소득 정책을 지역에 알리는 활동으로 일각에서는 ‘충남의 이재명’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1964년 부여에서 태어난 박 위원장은 부여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책특별보좌관을 거쳐 2013년 충남도 정무부지사를 맡았다. 2012년 총선과 2014년 부여군수 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했지만, 2018년 군수에 당선되고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보수세가 강한 부여에서 두 차례 패배를 딛고 지역 기반을 다진 셈이다.

 

올해 초에는 충남대전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위해 군수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경선 과정에서는 박수현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이제 그의 무대는 부여를 넘어 전국으로 넓어졌다. 지방시대위원장에게는 개별 지역의 요구를 듣는 현장 감각과 함께 중앙부처·지방정부의 이해를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탄핵 정국에서 드러낸 소신과 농촌에서 쌓은 행정 경험을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의 자립 기반을 넓히는 정책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 놓여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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