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북한군 포로 송환을 둘러싼 비공개 합의를 부인한 우크라이나를 향해 “사실 인정과 공개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추가 조치의 하나로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대사 소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야권에서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이재명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입니까”라며 이 대통령의 대응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엑스(X·옛 트위터)에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언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의 위신에 관한 문제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북한 포로 송환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로 비공개에 합의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대한 예의를 갖춰 아쉽다고 했더니 합의 사실이 없다고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의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더니 도리어 남북간 군사충돌 임박 운운하며 한반도 전쟁 발발을 기도하는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기사는 시비하 장관의 전날 발언을 다룬 것이다. 시비하 장관은 전날(현지시간) 취재진에게 북한 포로 이송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에 대해 “이 사안을 ‘사건’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외교적 오해’ 정도로 해두자”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 유엔총회 연설에서 시작된 열흘
갈등의 발단은 지난달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다음 날 북한 포로의 국내 송환이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인 드미트로 리트빈은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두 정상 사이의 비공개 협의나 합의는 없었다고 보고했다. 다만 국정원은 별도 자료를 내고 정상 간 합의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양국 외교장관 통화와 현지 대사관·우크라이나 외교부 협의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통제 불가능” 발언에 대사대리 초치
갈등이 커진 데는 우크라이나 측이 한반도 정세를 거론한 것도 작용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리와의 전쟁에서 얻은 교훈으로 무장하고 있다”며 “북한은 이미 공격 드론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부다노우 실장은 그러면서 “그곳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며 “도화선이 될 만한 사건이 생긴다면 통제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북한이 군사력 증강을 통해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거론한 사건은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던 우리 장병 3명이 다친 지뢰 폭발이다.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결론짓고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안드리 베쉬킨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해 공식 항의했다.
◆ “추가로 입장 안 나오면 우리 대사를 소환”
청와대는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 위반과 허위 공보에 대한 공식 해명과 사과를 계속 거부하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 공지를 내고 “대통령의 이번 엑스 메시지는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가 외교적 오해가 아니라 국가 간 합의와 신뢰, 대한민국의 국가적 신뢰도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양국 간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동 건에 대한 명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우크라이나 측의 향후 공식 입장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한동훈 “북한에 찍소리 못하고”
한 의원이 겨눈 대목은 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의 남북 무력충돌 가능성 언급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군 포로 송환 논란과 관련한 사과를 재촉구한 것이다.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에 찍소리 못하고 북한군과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만 으르렁대는 이 대통령”이라며 “이재명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입니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지금 북한·러시아 정규군과 전쟁 중인 나라”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북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불의의 사고’로만 규정하고, 북한군 포로 송환을 둘러싸고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우크라이나만 압박한다는 취지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불의의 사고로 다친 장병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뒤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와 대화 복원에 방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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