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 과세’에 과세전적부심 기회 박탈
“과세행정 장기 해태… 절차적 하자 위법”
회사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얻은 주식에 대해 과세당국이 부과제척기간 만료 직전에야 수십억원 과세예고를 통지해 납세자의 사전 구제 절차를 박탈했다면 해당 세금 부과 처분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영민)는 퇴직자 A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2018년 귀속 종합소득세 74억7616만여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B사 직원이던 A씨는 2016년 행사가격 2500원에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은 뒤 2018년 4월 이를 행사해 2만5000주를 받았다. A씨는 당시 조세특례제한법상 과세특례에 따라 행사 시점의 종합소득세 과세가 제외된다고 판단해 특례적용을 신청했고, 이듬해 말 주식을 처분한 뒤 양도소득세 약 25억원을 신고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점검 과정에서 해당 스톡옵션이 시가보다 낮은 행사가격으로 부여된 부적격 주식매수선택권에 해당해 과세특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관할 세무서는 회사 측에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누락분을 과세하려 했으나, 회사가 제기한 과세전적부심사에서 국세청장은 2023년 4월 ‘회사가 아닌 A씨에게 직접 종합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후 과세당국의 처분 과정에서 발생했다. 성동세무서는 2023년 5월 국세청으로부터 해당 과세자료를 통보받고도 약 10개월이 지난 2024년 3월12일에야 A씨에게 74억여원의 종합소득세 과세예고통지를 했다. 이 처분의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인 2024년 5월31일을 불과 2개월 반 앞둔 시점이었다.
A씨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뒤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으나, 국세청장은 부과제척기간 만료일까지 남은 기간이 3개월 이하라는 이유로 심사제외 결정을 내렸다. 이후 세무서는 2024년 5월1일 A씨에게 가산세 약 25억7318만원을 포함한 74억7616만여원의 종합소득세를 결정해 고지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과세당국이 정당한 사유 없이 늑장 행정을 벌여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세전적부심사는 과세관청의 위법·부당한 처분을 예방하고 납세자가 사전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구제 제도”라며 “과세관청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과세행정을 장기간 해태하다가 제척기간 만료 직전에야 통지해 심사 기회를 박탈했다면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세무서는 상급기관으로부터 자료를 통보받은 뒤 약 10개월 동안 추가 조사나 검토를 진행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과세관청의 귀책사유 없이 부득이하게 제척기간 만료가 임박했다고 볼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과된 세금 전액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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