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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를 치유했다”… 세계 110만부 팔린 ‘휴남동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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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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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름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서울 동네서점 이야기, 세계 110만부 이상 팔려
문학상 아닌 입소문으로 50개국 독자 사로잡아
“안녕하세요. 저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마르타입니다. 27살이고요. 지금 심각한 실존적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 책이 며칠 만에 저를 치유해 주었어요. 마치 치료를 받은 것 같았어요. 그냥 이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황보름(46)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를 읽은 스페인 독자가 작가에게 보낸 인스타그램 메시지다. 서울의 작은 동네 서점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35개 언어, 50여 개국으로 번역돼 전 세계 누적 판매 약 110만8000부를 기록했다. 출판사 클레이하우스는 100만 부 돌파를 기념해 스페셜 에디션을 출간했다.

 

황보름 작가(오른쪽)가 2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세계 100만 부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  클레이하우스 제공
황보름 작가(오른쪽)가 2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세계 100만 부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  클레이하우스 제공 

황 작가는 2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출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독자들의 메시지가 온다”며 “위로받았고 힘을 얻었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2022년 1월 출간된 이 책은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영주와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번아웃과 인간관계, 일과 삶의 균형 같은 현대인의 고민을 다루며 국내외에서 이른바 ‘힐링 소설’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판매는 특정 국가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았다. 한국어판과 영어판이 각각 30만 부 이상 팔렸고, 튀르키예어판은 20만 부를 넘겼다. 포르투갈어판(브라질)은 10만 부 이상, 스페인어·폴란드어·일본어판도 각각 3만 부 이상 판매됐다.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는 “문학상이나 특정 국가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드문 사례”라며 “한국 소설이 해외에 번역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지 상업 출판 시장 안에서 독자들이 직접 구매해 읽고 추천하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영어판 출간과 2024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 수상을 해외 확산의 분기점으로 꼽았다. 그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같은 일본 힐링 문학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었는데, 한국에도 비슷한 결의 작품이 있다는 점이 해외 출판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클레이하우스 제공.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클레이하우스 제공. 

황 작가는 이 소설을 쓰던 시절 자신 역시 ‘성공의 궤도’에서 벗어난 상태였다고 돌아봤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다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퇴사했지만 출간한 에세이 세 권 모두 반향을 얻지 못했다.

 

그는 “2018년 이 소설을 쓸 당시에는 출간될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독자들이 어떻게 읽을지보다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 내가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자는 마음으로 몰입했다”고 말했다.

 

소설 속 인물들 역시 대부분 사회가 규정한 성공의 경로에서 비켜난 이들이다. 황 작가는 “우리 대부분은 언젠가 성공의 궤도에서 이탈하게 된다”며 “그 길을 벗어나도 삶은 계속되고, 그 안에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힐링 소설’이라는 분류를 두고는 “양가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어떤 분들은 힐링 소설을 단순히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쉬운 위로의 이야기로 생각해 읽지 않기도 한다”면서도 “위로받고 싶고 공감받고 싶은 독자들이 처음 소설을 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힐링 소설로만 묶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힐링 소설로 불려도 좋다는 마음이 동시에 있다”고 했다.

 

올해 두 번째 장편소설 ‘윗집 부부’(클레이하우스)를 펴낸 그는 “‘휴남동’이 인생에 큰 영향을 줬다는 독자들의 말을 많이 들어 다음 작품을 쓸 때 부담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무것도 쓸 수 없겠더라. 결국 다시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자’는 생각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휴남동’의 성공은 출판사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출간 당시 1인 출판사였던 신생 1인 출판사였던 클레이하우스는 현재 5인 규모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체결한 해외 판권 계약만 160~170건에 이른다. 윤 대표는 “‘휴남동’ 이후 국내 시장만 바라보지 않는 비전을 갖게 됐다”며 “한국 독자와 해외 독자가 동시에 읽고 좋아할 만한 책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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