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L 지뢰 매설엔 일언반구 안 해
소통보다 北 ‘책임’ 요구 선행돼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 포로 송환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해놓고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면서 “사실인정 및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의 위신에 관한 문제로, 묵과할 수 없다”고 결기까지 보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며칠간 매일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문자 메시지로 소통하면서 한국이 요구하는 사과 수준, 우크라이나가 수용 가능한 범위 등을 협의해왔다. 이 당국자는 6월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북한군 포로 사안 전체를 비공개하기로 최종 합의가 이뤄졌었다고 전했다. 정황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기습적으로 공개한 것은 외교적 결례로 보이는 만큼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북 간 군사 충돌 임박’ 운운하며 한반도 전쟁 발발을 기도하는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도 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달 SNS에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장병 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북한 지뢰 폭발 사고를 언급한 글을 올린 데 대한 질책으로 해석된다. 글에서 부다노우 실장은 “최근에 한국과 북한 사이 군사분계선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며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에 불안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이 대통령이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고 지적한 데 대해 “합의는 없었다”고 반박해 외교무대에서 상대국 국가원수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질타받아 마땅하다. 그간 요구해온 무기 지원을 성사시키려고 국내 여론을 자극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속내로 의심된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결례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대통령이 북한의 지뢰 도발 책임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북한이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를 명분으로 군사분계선(MDL)까지 넘어와 지뢰를 매설한 것은 우리 장병의 목숨을 노린 심각한 만행이다.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강한 어조로 질책하고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책임’, ‘지뢰’라는 단어는 언급 없이 ‘불의의 사고’로 눙쳤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부상 장병을 위로하는 맥락”이라고 설명했는데,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남북, 유엔군사령부가 측정하는 MDL이 다 달라 언제라도 또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며 북측에 소통을 통해 MDL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측정하자고 제안했다. 북측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추궁하고, 국경선 요새화의 즉시 중단부터 끌어내는 게 먼저다. 선후가 바뀐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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