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韓 반박 답변 안 해…“사업 건설·완공 기대”
로이터 “美 LNG 수출 프로젝트 중 가장 고비용”
주관사, 총사업비 445억∼545억달러 추산
美슐랭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 엄선된 이야기>
※‘美슐랭’은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엄선해 전하는 코너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뉴스를 넘어, 오늘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맥락과 시각을 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 2000억달러를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사업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 주요 미국 언론들도 한국과 투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항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알래스카 LNG 사업이 미 걸프 연안(멕시코만·트럼프 행정부에서 아메리카만으로 개명)의 LNG 사업보다 사업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美 언론 “엇갈린 설명, 양국 협상 변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알래스카주 고위 관계자들이 전날 한국 대미투자 발표 행사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약 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문제는 한국이 구체적인 투자액은 물론, 투자 자체에도 합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상무부가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는 투자 규모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상무부의 공식 팩트시트 간 차이가 있다는 점도 적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은 “검토를 시작한다(innitiate a review)”라고 짚었다.
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한국 정부의 발언에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았으며,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알래스카 주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사업의 건설과 완공을 기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러트닉 장관으로부터 ‘한국 측 우려를 이해한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반응을 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WSJ는 “양측의 엇갈린 설명은 지난해 체결된 무역협정을 둘러싸고 워싱턴과 서울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해온, 때로는 상당한 마찰을 빚었던 협상에 또 하나의 변수를 더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전국 공영방송인 NPR의 알래스카 지역 방송격인 알래스카 공영 라디오방송 KDLL 역시 한국 언론이 보도한 한국 산업통상부의 입장을 자세히 전했고, 김 장관이 러트닉 장관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KDLL은 알래스카 니키스키가 지역구인 공화당 소속 제시 비요크먼 주 하원의원이 백악관 발표에 관한 세부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무엇이 합의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사업이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친트럼프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대미투자 관련 발표를 자세히 보도하고, 행사에 참석한 더그 버검 내무장관과 추가 인터뷰도 했지만 한국 정부의 입장은 전하지 않았다.
◆“알래스카 LNG, 타지역보다 경제성 낮아”
별개로 미 언론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경제성 문제도 따로 다뤘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업에 미국 걸프 연안의 비슷한 규모 LNG 시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포텐앤드파트너스의 제이슨 피어 사업정보부문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문제는 아시아 구매자들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가로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그럴 것이라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관 개발업체인 글렌파른 그룹은 알래스카 LNG의 총사업비를 445억∼545억달러로 추산한다. 러트닉 장관은 전날 한국이 알래스카 LNG사업에 투입할 투자액이 500억달러 이상이라고 언급했는데, 알래스카 LNG 사업 자금의 대부분을 한국 측으로부터 충당하려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는 이것이 연간 생산능력 100만t당 약 22억∼27억달러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미국에서 제안된 LNG 수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승인된 미국의 LNG 프로젝트들은 일반적으로 연간 생산능력 100만t당 평균 10억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건설돼왔다는 것이다.
걸프 연안의 LNG 수출터미널들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애팔래치아 지역의 셰일가스를 공급하는 광범위한 파이프라인망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알래스카 LNG는 알래스카 북부 브룩스산맥과 북극해 사이에 위치한 노스슬로프에서 니키스키까지 800마일(약 1287㎞)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 이 파이프라인에만 132억∼169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파이프라인 뿐 아니라 천연가스를 남쪽으로 보내 수출하기 전에 처리하기 위한 대규모 시설도 노스슬로프에 건설해야 한다. 글렌파른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가스처리시설 건설비는 77억∼92억달러, 액화터미널 건설비는 236억∼284억달러다. 래피던에너지그룹의 글로벌 가스·LNG 연구 책임자인 알렉스 먼턴은 이 사업이 “투자를 위한 상업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사업 지지자들은 알래스카 LNG가 지리적으로 전략적 이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일본과 한국, 대만 등 아시아의 주요 LNG 수입국까지 미 걸프 연안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LNG를 운송할 수 있어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캐나다 LNG 사업들이 알래스카 LNG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WSJ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그동안 엑손모빌과 BP, 중국 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자를 참여시키려는 계획이 추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며 “수년 전에는 일본과 한국 모두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에 투자해 달라는 미국 측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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