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또 한번 진하게 구애했다.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였다.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고,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건 반복되는 패턴이다. 같은 날 우리 국정원은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두 정상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50% 정도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가 시작된 첫날인 지난해 1월20일부터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바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매우 우호적이었다”며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했다. 같은해 3월에는 북한을 ‘큰 핵 국가(big nuclear nation)’라고 부르면서 김 위원장과 “소통이 있다”고 밝혔다. 6월에는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집권 1기 세 차례 만났던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신뢰를 활용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침묵을 이어가던 북한은 지난해 7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여정 당시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비핵화를 목적으로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를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 달 뒤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개인적으로 나는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미국과 마주 앉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태도는 분명했다. 대화를 하고 싶거든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대화 재개를 노린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이 더욱 구체화했다. 5월 김 위원장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고, 6월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8월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한 것은 특히 눈에 띄는 조치였다. 8월17~27일 예정됐던 을지자유의방패(UFS)는 21일 종료됐고, 야외기동훈련도 축소됐다. 북한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미국이 행동으로 반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요청에 응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미 양측이 대화 가능성 자체를 닫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대화의 출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 자체를 먼저 성사시킨 뒤 정상 간 담판으로 문제를 풀려는 모습이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큰 주목을 받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관련 표현이다. ‘핵 능력 보유국’, ‘큰 핵 국가’에 이어 최근에는 북한이 상당한 핵 능력을 갖고 있다고 거듭 언급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강조하는 발언이 반복되는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핵보유 현실 인정’과 미국의 기존 비핵화 정책 사이에서 향후 협상의 성격을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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