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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다잉”…후배·진행요원 챙긴 최경주, 1년 만에 KPGA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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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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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의 KPGA 무대서 1언더파 공동 8위
진행요원 문화엔 “조금씩 개선해야 할 부분”

“으이, 고생했다잉.”

 

연습 그린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퍼졌다. 대회 1라운드를 앞두고 매서운 눈으로 퍼트를 굴리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먼저 경기를 마친 후배가 인사를 하러 온 참이었다. 그는 후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한마디를 보탰다. “몸이 좋아졌더라. 또 열심히 해야제.”

 

배상문(오른쪽)이 1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 연습 그린에서 최경주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리원 기자
배상문(오른쪽)이 1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 연습 그린에서 최경주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리원 기자

 

인사는 줄을 이었다. 20대 신예들이 다녀갔고 노성진, 배상문 같은 베테랑도 찾아왔다. 그는 한 명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잘 마무리해라잉.”

 

최경주(56)다. 1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파72)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자기 이름을 건 대회에 호스트이자 선수로 나섰다. KPGA 투어 출전은 1년 만이다. 이 대회에선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가까이서 본 그는 단단했다. 군더더기 없이 탄탄한 몸은 온통 짙은 구릿빛이었다. 30년 가까이 세계 곳곳의 투어를 돌며 받은 햇볕이 고스란히 쌓인 빛깔이다. 가만히 서 있어도 존재감이 남달랐다. 

 

1번 홀 티잉 구역에 올라서자 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인사를 받은 건 앳된 얼굴의 대회 진행요원들이었다. 그는 한 명 한 명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연습 그린에서 후배들을 대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최경주가 대회 첫날 1번 홀 티샷을 앞두고 먹은 바나나. 김리원 기자
최경주가 대회 첫날 1번 홀 티샷을 앞두고 먹은 바나나. 김리원 기자

 

그러고는 바나나 하나를 꺼내 야무지게 까먹었다. 다 먹고 나서야 드라이버를 잡았다. 갤러리의 “멋있다!”는 외침이 터지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팬들에게 화답했다.

 

이번 대회는 ‘선수를 위한 대회’를 표방했다. 출전 선수 126명의 참가비를 대회 측이 전액 부담했다. 후원사 초청 인사들과 함께 도는 프로암을 없애고 선수들에게 연습 라운드 이틀을 줬다.

 

최경주. KPGA 제공
최경주. KPGA 제공

 

이날 최경주는 버디 3개, 보기 2개로 1언더파를 쳐 공동 8위에 올랐다. 126명 가운데 언더파를 친 선수는 18명뿐이었다. 그는 “30% 정도는 원하는 샷이 나왔고 나머지 70%는 맞춰 치기 바빴다”고 말했다.

 

최경주가 1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김리원 기자
최경주가 1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김리원 기자

 

후배들과 진행요원들에게 먼저 다가간 이유를 물었다.

 

“젊은 친구들이 먼저 다가오긴 어렵죠. 한국 정서상. 내가 윗사람이니까 먼저 가서 해 주는 거예요. 진행요원들도 보니까 대학생이거나 골프 하는 친구들인데, 많이 수고하잖아요. 그걸 아니까 그렇게 하는 거죠.”

 

미국 투어 이야기도 꺼냈다. “미국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일해요. 좋은 선수들 샷도 보고 배우기도 하고, 끝나면 같이 사진도 찍고요. 우리 친구들은 그런 문화가 없어요.”

 

그는 이 대회부터 바꿔 가고 싶다고 했다. “진행요원이라고 다른 의미가 아니에요. 그 하루 동안은 홀을 같이 도는 거잖아요.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개선해야 할 부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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