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80% 보유한 자회사 가온전선 주식이 교환대상
최근 가온전선 주가 급등...11월부터 차익실현 가능
기업이 5000억원을 빌리면서 이자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게 가능할까. LS의 자회사이자 비상장사인 LS전선이 최근 교환사채(EB)를 발행해 무이자로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환사채는 일반적인 회사채와 달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권’이 붙어 있는 메자닌 채권이다. 채권 투자자는 약속된 이자를 받는 대신 일정 조건에 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만큼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LS전선이 지난달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교환사채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 사채에 투자한 주체는 키움증권, KB증권 및 사모펀드 등이다. 이들은 오는 2031년까지 LS전선에 5000억원을 빌려주면서 이자는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대신 해당 투자자들은 오는 11월10일부터 빌려준 금액만큼 가온전선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사실상 이자 대신 가온전선 주식에 투자해 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돈을 빌려 줬다고 봐야 한다.
LS전선이 가온전선 주식을 대상으로 교환사채 발행을 한 것은 회사가 가온전선의 지분 81.6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가온전선은 1947년 설립된 전선 제조업체다. 회사는 가온전선 주식 185만1851주를 내놓고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교환가격은 1주당 27만원으로 1일 기준 가온전선 주가(종가 기준) 31만8000원 보다 약 15% 저렴한 수준이다.
가온전선 주가 흐름에 크게 이상이 없다면 키움증권과 KB증권 등 사채 투자자들은 27만원에 가온전선 주식을 사서 30만원대에 팔아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만약 가온전선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사채 투자자들은 더 많은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이들이 이자를 한 푼도 받지 않고 LS전선에 5000억원 거금을 빌려준 이유다.
LS전선이 별다른 논란 없이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도 가온전선 주식을 교환대상 주식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주친화정책 강조로 자기주식을 무조건 매입해 소각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큰 흐름이 되자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보유한 자사주를 대상으로 교환사채 발행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6월 전체 발행주식수의 24%에 달하는 자사주를 기반으로 교환사채 발행에 나섰던 태광산업이다.
하지만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은 실패했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충실의무 위배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다. 자사주를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소각하지 않고 자금조달 용도로 활용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금융당국은 지난 6월30일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 발행을 전면 금지했다.
자회사 보유 지분을 대상으로 자금 조달을 하는 것 역시 논란의 소지는 있을 수 있다. LS전선은 비상사지만 유가증권 상장사인 LS는 주가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핵심 자회사 및 손자회사라면 그만큼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해 주주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LS전선의 교환사채 발행이 논란이 되지 않는 건 가온전선 지분을 일부 내놨음에도 여전히 경영권을 위한 지분율은 유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채 투자자들이 5000억원 전액을 가온전선 주식으로 바꾸더라도 LS전선의 가온전선 지분율은 70.4%에 달한다. 조달한 자금의 사용 목적도 채무상환이 아닌 북미 투자 및 신규 사업 투자인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환사채 발행 소식에도 대신증권은 가온전선의 목표주가를 36만원으로 제시했다. 지난 8월 KB증권이 29만원을 제시한 것과 비교해 목표가가 크게 올랐다. 대신증권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의 고밀도, 고전력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율적 전력공급과 냉각 솔루션이 부각 중인만큼 LS전선과 가온전선의 경쟁력을 감안해 기대치 이상의 실적 고성장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온전선 주가가 최근 급등한 점은 유의해야한다. 올해 4월 5만원대였던 주가는 같은 달 10만원을 돌파하더니 5월에는 20만원을 넘었다. 회사 주가가 30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18일로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아울러 사채 투자자들이 가온전선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시점인 11월에도 주가가 현재 흐름을 유지한다면 차익실현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들이 대규모 주식교환 뒤 매도한다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
대신증권은 “최근 주가 급등으로 단기 차익실현과 고밸류에이션 논란이 존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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