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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의 긴 자기소개 [이지영의 K컬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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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일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 7층 BTS 리더 RM의 개인 컬렉션 약 140점이 처음으로 세계 앞에 공개된다. 전시 제목은 ‘Between You and Me’. RM은 한국 미술을 중심으로 작품 선정부터 한국어·영어 전시 설명문, 오디오 가이드 녹음, 전시장 음악 선곡까지 직접 맡았다.

 

개막 연설에서 RM은 “저는 늘 어딘가를 떠돌고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미국에 있을 때도 그렇고, 제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에 있을 때조차도요”라고 고백했다. 자신의 근원지조차 낯설다고 말하는 이 고백은 그저 겸양의 표현이 아니다. 식민 지배와 전쟁,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른 발전을 겪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고 그는 말했다. 그 사라짐 속에서 뿌리를 잃은 감각, 어디에도 완전히 안착하지 못하는 부유함. 그것이 그를 미술관으로 그리고 윤형근과 장욱진과 박래현에게로 이끌었다. 미술계 외부인으로서 이론이 아닌 자신을 움직인 것들을 자유로이 모은 그의 컬렉션은 바로 그 자유로움 덕분에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한국의 한 젊은 사람으로서 조금 더 새롭고 나은 시선과 감각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모아왔고, 그게 이번 전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에게 컬렉션은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고 자신을 찾으려는 행위였다.

 

전시의 혁신은 ‘나란히 놓음’이라는 큐레이션 방식에도 있다. 실제로 교류했던 윤형근의 ‘청다색’은 도널드 저드의 작품 옆에 걸렸다. 김환기의 파란 점화는 이브 클랭의 스펀지 조각과 마주한다. 두 화가 모두 파란색을 우주와 무한을 사유하는 언어로 사용했다. 도상봉의 ‘개나리’는 조르조 모란디의 ‘꽃’과 나란히 선다. 마크 로스코와 윤형근이 같은 벽에 걸린다. 식민 지배·전쟁·독재를 몸으로 겪은 화가와 유대인 이민자로 20세기의 폭력을 통과한 화가가 각자의 역사를 거쳐 같은 침묵의 언어에 도달했다. 이는 한국 미술이 서구 미술의 변주가 아니라 독립된 목소리로 같은 무대에서 대화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RM은 연설에서 “결국에는 내가 나 자신 이상으로 다른 무언가가 될 수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했다. RM은 혼란스럽고 부유하는 감각 속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통해, 그리고 그림을 보며 꾸준히 자신을 찾아왔다. 불안과 마주하는 긴 여정 속에서 발견한 이 작품들은 RM 자신을 솔직히 보여주는 자기소개이면서, 세계 미술사의 바깥에 있던 한국 작품들이 마침내 제 자리를 찾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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