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지안 비어 위켄드 코리아 축제
10월 2~5일 커먼그라운드서 열려
트라피스트·람빅 등 100여종 출동
한국·벨기에 수교 올해 125주년 맞아
벨기에 브루어리 35곳 대거 참여
아침저녁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한낮의 열기가 슬그머니 물러간 자리를 선선한 바람이 채우고, 하늘은 한 뼘쯤 높아졌습니다. 반팔 위에 얇은 겉옷 하나 걸치게 되는 진짜 가을입니다. 이런 날엔 벌컥벌컥 들이켜는 시원한 맥주보다 한 모금씩 음미하는 깊고 그윽한 맥주가 당깁니다. 마침 그 마음을 알았다는 듯, 서울 도심에 벨기에가 통째로 날아왔습니다. 수도원의 향을 품은 트라피스트(Trappist)부터 입안을 톡 쏘는 새콤한 람빅(Lambic)까지, 벨기에 맥주 100여 종이 가을 손님을 부르고 있습니다. 여권은 필요 없습니다. 벨기에행 비행기 표 대신 건대입구역에서 내리는 전철 티켓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가을바람 솔솔 부는 연휴, 벨기에로 떠나볼까요.
◆125주년 기념, 규모 키웠다
벨지안 비어 위켄드 코리아는 10월 2~5일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 커먼그라운드에서 열립니다. 지난해 첫선을 보여 성황을 이룬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무대입니다. 맥주 한 잔 들고 와플 한 입, 초콜릿 한 조각, 바삭한 벨지안 프라이까지 이어 먹다 보면 어느새 브뤼셀(Brussels) 골목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듭니다.
올해는 한국과 벨기에가 수교 125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그래서 판도 커졌습니다. 벨기에 브루어리 35곳 이상이 참여하고, 맥주는 생맥주와 병맥주를 합쳐 100종이 넘습니다. 맥주만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벨기에의 음식과 문화까지 통째로 맛보는 축제로 꾸며집니다. 원조는 매년 9월 첫 주말 벨기에 양조협회가 브뤼셀 그랑플라스(Grand-Place)에서 여는 ‘벨지안 비어 위켄드(Belgian Beer Weekend)’입니다. 그 분위기를 서울로 옮겨 왔다고 보면 됩니다.
◆다양하게 맛보는 벨기에 맥주
벨기에 맥주는 “종류가 많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트라피스트(Trappist), 람빅(Lambic), 사워 에일(Sour Ale), 세종(Saison), 블론드(Blonde), 더블(Dubbel), 트리펠(Tripel)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트라피스트는 스타일이라기보다 일종의 인증입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 안에서 수도사의 감독 아래 빚고, 수익을 수도원 운영과 자선에 쓰는 맥주에만 이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람빅은 브뤼셀 인근에서 공기 중 야생 효모로 자연 발효시켜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맥주로, 쿰쿰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특징입니다.
사워 에일은 이처럼 신맛을 내는 맥주를 두루 일컫는 말로, 플랑드르 지역의 붉은빛 레드 에일도 여기에 속합니다. 세종은 왈로니아 농가에서 여름철 일꾼들에게 내던 맥주에서 출발했습니다. 드라이하고 톡 쏘는 청량감에 은은한 향신료 풍미가 어우러집니다. 블론드는 황금빛에 부드러운 몰트 단맛이 살아 있어 입문용으로 좋습니다. 더블은 짙은 갈색에 캐러멜과 말린 과일 풍미가 묵직하게 깔리고, 트리펠은 밝은 금빛을 띠지만 도수가 8~9%대로 높아 화사한 과일 향 뒤로 묵직한 힘이 느껴집니다. 이처럼 다양하기에 이름은 똑같이 맥주인데 향도 맛도 색도 도수도 제각각입니다. 하나씩 비교하며 마시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런 다채로움을 인정받아 벨기에 맥주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양조장들
수도원의 향기를 찾는다면 트라피스트 라인업을 꼭 마셔봐야 합니다. 시메(Brasserie Bieres de Chimay), 로슈포르 트라피스트 양조장(Brasserie des Trappistes de Rochefort), 베스트말레 트라피스트 수도원 양조장(Brouwerij Abdij der Trappisten van Westmalle)이 나옵니다. 발 디외 수도원 양조장(Brasserie de l’Abbaye du Val-Dieu)과 코르센동크(Brouwerij Corsendonk)도 함께합니다.
새콤한 람빅 팬이라면 드리 폰테이넌(Brouwerij Drie Fonteinen), 프랑크 본(Brouwerij Frank Boon), 린더만스(Brouwerij Lindemans)가 반가울 겁니다. 세종 하면 떠오르는 뒤퐁(Brasserie Dupont)도 빠지지 않습니다.
벨기에 맥주의 간판 주자 듀벨 모르트가트(Duvel Moortgat), 이름처럼 개성 넘치는 아슈프(Brasserie d’Achouffe), 브뤼헤(Bruges)의 드 할베 마안(Brouwerij de Halve Maan)도 참여합니다.
그 밖에도 보크(Brasserie du Bocq), BOM 브루어리(BOM Brewery), 카스틸 브루어리 반혼세브룩(Kasteel Brouwerij Vanhonsebrouck), 실리(Brasserie de Silly), 안트베르프스 브라우 컴퍼니(Antwerpse Brouw Compagnie), 코르넬리선(Brouwerij Cornelissen), 에일렌보쉬(Brouwerij Eylenbosch), 헷 안커(Brouwerij Het Anker), 라 센(Brasserie de la Senne), 오메르 판더 긴스터(Brouwerij Omer Vander Ghinste), 신트 베르나르두스(Brouwerij Sint-Bernardus), 스트라위즈(Brouwerij Struise), 드 브라반더레(Brouwerij De Brabandere), 장드랭 장드레누이(Brouwerij Jandrain-Jandrenouille), 드 레이터(Brouwerij De Leite), 알빈(Brouwerij Alvin), 리옹(Brasserie Lion), 쉬르레알리스트(Brasserie Surrealiste)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산학협력단도 부스를 차립니다.
◆이렇게 즐기세요
운영 시간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입니다. 첫날인 2일은 오후 5시에 문을 열고, 마지막 날인 5일은 저녁 9시에 마감합니다. 주한 벨기에 대사관, 플란더스 투자무역진흥청, 왈로니아 무역투자진흥청, 브뤼셀 무역투자진흥청, 벨기에 관광청, BKBF가 후원합니다.
주관사인 비어웍스코리아는 “맥주를 통해 벨기에 여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풍성한 내용으로 축제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앞으로 벨지안 비어 위켄드 코리아가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맥주 축제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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