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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은 옛말? 보편화된 고령 임신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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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선 인턴기자 hurrypott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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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3명 중 1명은 ‘고령 임신’…늘어난 30·40대 출산
전문의 “염색체 이상 제외 기형아 위험 오히려 낮아”
나이보다 꾸준한 건강 관리와 사전 검사가 핵심

만 46세인 배우 한다감이 최근 자신의 득남 소식을 전하면서 ‘고령 임신(노산)’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결혼 6년 만에 얻은 결실로, 한다감은 자타공인 ‘연예계 최고령 산모’로 등극했다. 배우 이민정도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마흔에 둘째를 낳았다며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노산 고민이 많아진 시대라고 짚었다. 가수 손담비, 개그우먼 홍현희 등도 40대가 넘어선 나이에 출산해, 이제는 노산이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로 흔한 모습이 됐다.

 

한다감(왼쪽)은 46세 때 첫째를, 이민정은 40세 때 둘째를 출산했다. 한다감·이민정 인스타그램 캡처
한다감(왼쪽)은 46세 때 첫째를, 이민정은 40세 때 둘째를 출산했다. 한다감·이민정 인스타그램 캡처

◆첫째 낳는 평균 연령 33.2세…산모 3명 중 1명은 ‘고령 임신’

 

노산은 관리 잘한 연예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월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여성의 첫째아 평균 출산 연령은 2016년 31.4세에서 지난해 33.2세로 꾸준히 상승했다.

 

첫째아 모의 평균 출산 연령. 국가데이터처 제공
첫째아 모의 평균 출산 연령. 국가데이터처 제공

 

첫째를 30대 초중반에 낳고 둘째를 계획한다면 사실상 대다수가 고령 임신 범주에 진입하게 되는 구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산부인과연맹(FIGO)이 고령 임신 기준으로 삼는 나이는 만 35세다. 실제로 지난해 둘째아 평균 출산연령은 34.7세, 셋째아 평균 출산연령은 35.8세로 집계됐다.

 

산모 연령별 출생아 비중을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만 35세 이상 산모의 출산 비중은 2005년 이후 급증해 지난해 37.3%였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의 출산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다.

 

모의 연령별 출생아 비중 추이.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출산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모의 연령별 출생아 비중 추이.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출산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노산, 위험은 있지만 선천성 기형 발생률은 낮았다

 

앞서 1958년 FIGO는 35세를 고령 임신의 기준으로 정립했다. 당시 더 정확한 태아 유전자 검사를 위해 시행하던 양수 검사의 유산·합병증 발생 확률이 약 250분의 1이었는데, 이 수치가 35세 이상 산모의 다운증후군 발생 확률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가임력이 감소하고 임신성 고혈압·당뇨, 전자간증(임신중독증), 조산 등 임신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태아도 염색체 이상 발생 빈도와 유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영향을 받는다. 고령 산모 대부분이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늦은 임신으로 선천성 기형을 가진 아이를 낳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산모들도 많다.

 

임신한 여성이 소파에 누워 배를 쓰다듬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임신한 여성이 소파에 누워 배를 쓰다듬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하지만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의과대학 캐서린 괴칭거 교수(산부인과 전문의)가 20년간 축적된 산모 7만6000여명의 초음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일반적인 사회 통념과 반대였다.

 

그는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을 제외하고 35세 미만과 35세 이상 여성의 주요 선천성 기형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산모 연령이 증가할수록 기형 발생률이 낮아지는 사실이 드러났다. 중추 신경계와 신장·복벽 결함 등 주요 선천성 기형을 가진 아이를 낳을 위험이 35세 미만 산모보다 고령 산모에서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35세 이후 출산 더 행복해”…막연한 두려움 대신 ‘관리’

 

의학 기술의 발전도 35세 기준의 무게를 덜어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위험성이 따르는 양수 검사를 하지 않고도 비침습적 산전 검사(NIPT)를 통해 임신부의 혈액만으로 다운증후군을 99% 선별해낼 수 있다.

 

사회과학계에서도 늦은 출산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구통계학 연구소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연구팀은 ‘늦게 엄마가 되는 것의 장점’ 연구를 통해 “고령 산모가 출산에 대해 더 잘 준비돼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며 “직장에서 더 높은 지위를 가져 재정적으로 더 유연하고, 육아 옵션과 사회적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35세 이후 첫 출산을 경험한 산모의 출산 전후 행복의 궤적이 훨씬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캐서린 교수 역시 2024년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해 “35세를 고령 임신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제 과거의 일”이라며 “여성이 출산을 미루고 자신을 돌보며 정서적·재정적으로 더 안정된 상태에서 아이를 세상에 데려오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임신부. 클립아트코리아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임신부.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의학계는 단순히 나이만을 고위험 임신의 절대적 기준으로 보지 않으며, 사전 검사와 건강 관리를 통해 충분히 안전한 출산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추세다. 

 

엽산과 철분, 비타민 등 영양제를 복용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자주 섭취하며 가벼운 산책을 규칙적으로 이어가는 노력으로도 임신 합병증 등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조언이다.

 

한다감도 임신 전 2년간 꾸준히 등산을 하며 체력을 다졌다. 이민정은 노산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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