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고빈도매매(HFT)를 지목하며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글로벌 금융계 인사들은 한국 자본시장이 장기투자 자금을 유치하려면 일관된 정책 시행과 실질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증시 변동성 키우는 고빈도매매 규제 시동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28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에서 열린 국내 최대 자본시장 기업설명(IR) 행사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기조연설에서 “주식시장 잠재 위험 대응을 강화 중”이라며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고빈도매매 규율과 레버리지 투자 관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변 국장은 “지난 6월과 7월 반도체 업종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가 맞물리며 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이후 급격한 조정을 경험했다”며 “아픈 경험이었지만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한발 앞서 배운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도한 레버리지는 투자자 손실과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투자 상품과 신용융자 미수거래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며 “앞으로 시장은 레버리지의 힘이 아닌 기업 실적과 투자자의 자기자본에 기반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고빈도매매에 관해선 적절한 규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빈도매매는 초고속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마이크로초 단위로 대량의 주문과 취소를 반복하며 미세한 가격 차이로 차익을 실현하는 거래 기법이다.
변 국장은 ‘베어허그’(bear hug) 제도 도입 구상도 내놨다. 그는 “베어허그는 주주충실의무와 결합해 이사회가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전주 및 저시가총액 기업 퇴출 등 코스닥 시장 구조 개편도 이어가겠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금융계 “일관된 정책과 주주환원이 신뢰의 핵심”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금융계 거물들은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지속적인 재평가를 받기 위해선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케빈 스니더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특별연설에서 한국의 주식 및 외환시장 개방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시장 접근성 개선과 안정적인 시장 운영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주드 압델 마지드 블랙록 글로벌 파트너스 오피스 공동대표는 장기자본 유치를 위한 핵심 조건으로 신뢰를 언급했다. 그는 “장기투자자에게 신뢰는 개혁과 정책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 실행력으로 쌓인다”며 “10년, 20년 뒤에도 이 시스템이 작동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짚었다.
장폴 세르베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이사회 의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감독체계와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케네스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도 영상 축사에서 영문 공시 확대와 결제 주기 단축 등을 한국 자본시장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며 “영문 공시는 더 많은 투자자가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위니 콴 캐피털그룹 최고투자책임자(PIO)는 업종별 맞춤형 주주환원책을 제안했다. 그는 은행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을 50% 넘는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기술기업에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넘는 금액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亞자본시장 향한 관문”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개막
올해 처음 막을 올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은 금융위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기존에 산발적으로 추진되던 IR 행사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키우고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을 세계에 홍보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증시 유관기관과 금융투자업계 등 총 42개 기관과 상장기업 55개사가 참가한 가운데 다음달 16일까지 3주 동안 진행된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자본시장을 향한 관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 영상 축사를 통해 “정부는 국내 자본 시장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됐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제도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며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본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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