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 직후 중국 자이언트판다 두 마리가 미국 애틀랜타에 도착했다.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어온 중국의 ‘판다 외교’가 이어지면서 2024년 판다를 모두 중국으로 돌려보냈던 애틀랜타 동물원도 약 2년 만에 새 판다를 맞았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수컷 핑핑과 암컷 푸솽은 중국 서남부 쓰촨성 청두를 출발해 27일(현지시간) 전세기편으로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사흘 간의 미국 국빈 방문 중 판다들이 “며칠 안에” 도착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핑핑과 푸솽은 각각 ‘평화’와 ‘두 배의 축복’이라는 뜻이다. 두 마리 모두 청두 자이언트판다 번식연구기지에서 태어났으며 핑핑은 2020년 3월, 푸솽은 같은 해 10월생이다. 중국중앙(CC)TV는 핑핑이 눈 주위의 검은 무늬가 크고 나무를 잘 타며, 푸솽은 머리에 흰 털 뭉치가 있고 먹이 찾기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대여는 애틀랜타 동물원과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가 지난 4월 체결한 10년간의 보전 협약에 따른 것이다. 중국 사육사와 수의사들은 두 판다가 훈련을 받고 새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미리 미국으로 건너갔다.
애틀랜타 동물원은 1999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에서 빌려온 판다 룬룬과 양양을 사육했다. 두 판다 사이에서는 새끼 7마리가 태어났다. 먼저 중국으로 간 새끼 5마리에 이어 룬룬과 양양, 막내 쌍둥이도 2024년 10월 청두로 돌아갔다.
‘판다 외교’는 중국이 다른 나라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판다를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미·중 관계에서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판다 한 쌍을 미국에 선물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답례로 사향소 두 마리를 중국에 보냈고, 판다는 양국 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 대여 계약이 잇따라 끝나면서 미국 내 판다는 크게 줄었다. 2023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의 판다 3마리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애틀랜타 동물원에만 판다가 남았다. 이곳의 계약도 2024년 종료될 예정이어서 미국이 ‘제로 판다’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분위기가 바뀐 계기는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뒤 미국 기업인 등이 참석한 만찬에서 “판다 보전을 위해 미국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판다들이 중국으로 돌아갈 때 많은 미국인이 배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판다가 다시 오기를 바라는 미국인들의 기대도 언급했다.
이후 2024년 6월 중국 판다 두 마리가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도착했다. 새로운 판다가 미국에 들어온 것은 21년 만이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워싱턴 국립동물원에도 새로운 한 쌍이 도착했다. 이번 애틀랜타행은 이처럼 미국 동물원들에 판다를 다시 보내온 흐름을 잇는 것이다.
판다 대여는 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도 여겨진다. 2017년 판다 두 마리를 대여받은 인도네시아는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서 일본 대신 중국을 선택한 지 2년 만에 서자와주 동물원에 판다를 들였다. 중국과 판다 임대 협상에 관여했던 동남아시아 국가의 한 외교관은 아사히신문에 “판다가 있는 나라는 중국으로부터 ‘당신은 나의 최고의 친구’라는 말을 들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선택받은 나라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판다 반환을 외교 갈등과 연결 짓는 해석에는 선을 그어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과거 미국 내 판다의 중국 반환을 두고 “미국 일부 언론들은 이번 상황을 정치적인 요인으로 돌리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중국의 판다 대여는 보전과 번식 연구를 위한 장기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여 기간은 보통 10년이며 해외에서 태어난 새끼도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푸바오가 2024년 중국으로 간 것도 이런 방식에 따른 것이다.
판다를 통한 외교·경제 효과를 뜻하는 ‘판다노믹스’라는 말도 있다. 희귀성과 높은 인기로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관련 상품 판매를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동물원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은 2024년 체결한 협약에 따라 중국 내 판다 연구·보전 지원 명목으로 매년 100만달러를 지급한다. 먹이인 대나무 조달과 사육시설 유지, 수의사·사육사 인건비 등은 별도로 들어간다.
애틀랜타 동물원은 이번 협약으로 “자이언트판다 보전에 다시 한번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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