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돈 대신 우연히 샀다가 1등 당첨
퇴사 선택 않고 직장인 일상 계속 유지
동명 웹소설 원작에 기반 10부작 연출
공은태役 이준혁 감정 변화 표현 눈길
돈·삶의 의미 고민하는 인물 모습 그려
판타지적 설정 속 평범한 현실 보여줘
“화내려고요.”
“네?”
“제가 살면서 화 한 번 제대로 못 내봤거든요. 그동안 너무 참고 살았지. 이제 화는 좀 내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해요.”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호화 주택과 슈퍼카, 세계여행을 떠올리기 쉽지만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주인공 공은태(이준혁)가 가장 먼저 결심한 것은 ‘화내기’다.
공은태는 편의점에서 거스름돈 대신 산 5000원어치 로또가 1등에 당첨돼 세후 약 13억원을 손에 쥔다. 큰돈이지만 평생 일을 그만둘 만큼 충분하다고 보기는 애매한 액수다. 그는 사표를 던지는 대신 다음 날에도 출근한다.
달라진 것은 돈을 쓰는 방식보다 회사에서의 태도다. 공은태는 그동안 부하 직원의 무시와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도 감정을 삼켰다. 관계가 틀어지거나 조직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다. 로또 당첨금은 그에게 소비의 자유보다 ‘뒤가 덜 두려운 상태’를 만들어준다.
“나는 너무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니 화를 내지 못했다. 로또는 화를 내지 못하며 살던 나의 삶이 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나는 오늘 화를 낸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로또 당첨자가 무엇을 살 것인지보다, 돈이 생긴 뒤 무엇을 더는 참지 않아도 되는지를 묻는다. 원작이 325화를 넘는 장편인 데 비해 드라마는 10부작으로 압축하면서 공은태의 변화에 집중했다. 원작과 달리 집을 곧바로 사는 대신 카페 사장과 다른 로또 당첨자들을 만나며 돈과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과정도 더했다.
이준혁은 이런 변화를 크지 않은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당첨 전에는 무리한 요구에도 고개부터 끄덕이고 감정을 눌렀다면, 당첨 뒤에는 여전히 망설이면서도 이전처럼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서현우, 오대환, 이현균, 옥자연, 박보경 등 주변 인물들도 단순한 악역보다는 각자의 이해와 불안을 안고 조직 안에서 충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현재 4화까지 공개된 가운데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로또에 당첨된 미생’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2014년 방송된 ‘미생’이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버티는 평범한 직장인의 애환과 관계를 현실적으로 그려 공감을 얻었던 것처럼,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역시 로또 당첨이라는 판타지적 설정 속에 직장 생활의 현실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13억원이라는 큰돈을 손에 쥐고도 회사를 그만두거나 삶을 단숨에 바꾸지 못하는 공은태의 모습이 그 간극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윤영빈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그 어렵다는 평범한 삶을 위해 살아온 공은태가 번아웃에 빠지고 헤매던 중 우연히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되는 이야기”라며 “그러나 로또 1등보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또 1등에 당첨된 경험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에게도 공감이 닿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드라마에는 로맨스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명확한 악인도 없다”고 설명했다. “선과 악이 충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선과 선이 충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는 설명처럼 이 작품이 겨누는 곳은 ‘인생 역전’의 판타지보다 평범한 직장인의 현실에 가깝다.
지난 10일 티빙에서 1·2회를 선공개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14일부터 tvN 월화드라마로 방송 중이다. 지난 1회 3.9%(닐슨코리아)로 출발한 시청률은 입소문을 타고 2회는 5.2%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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