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혹시나 했다. 베트남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기분 좋게 이겼고, 피지컬 좋은 카자흐스탄과의 8강전도 셧아웃 승리를 거둔 기세가 있었으니. 승리는 힘들더라도 한 세트, 아니 두 세트라도 따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승리’라는 두 글자가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러나 역시나였다. 한국 배구와 일본 배구 사이엔 커다란 벽이 있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또 한 번 일본에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이번이 벌써 7연속 셧아웃 패배다. ‘배구여제’ 김연경에 대한 그리움만 더 커진 한 판이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FIVB 랭킹 28위)은 21일 일본 아이치현 고마키의 파크 아레나 고마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개최국 일본(FIVB 랭킹 6위)에 세트 스코어 0-3(20-25 22-25 16-25)으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한 한국은 중국(7위)에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한 태국(13위)과 22일 오후 4시 동메달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2010 광저우 동메달, 2014 인천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동메달까지 3연속 메달을 따냈던 한국은 3년 전 열린 2022 항저우에선 5위에 그치며 메달에 실패한 바 있다. 8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이다.
올 여름에만 두 번 만나 모두 셧아웃 패배로 주저 앉았던 한국은 8강전까지 승승장구하는 기세를 앞세워 한 세트라도 따낼 수 있나 싶었지만, 공격과 서브는 물론 디테일한 플레이에서 모두 뒤처지며 또 다시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한국 여자배구가 일본을 이긴 건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겼던 게 마지막이다. 당시는 불세출의 슈퍼스타 김연경이 공수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기에 가능했던 승리였다. 김연경 없는 여자배구는 일본만 만나면 작아진다.
이날도 1,2세트는 세트 중반까지 대등한 승부를 펼치다 한 끗 차이로 삐걱거리면 연속 실점을 내주며 흐름을 뺏겼다. 3세트는 손 써볼 틈 없이 밀리고 말았다.
서브 득점은 1-4로 수치 상으로 크게 밀리진 않았지만, 세터에게 전달되는 리시브의 퀄리티가 크게 달랐다. 이는 곧 세키 나나미와 김다인의 손에서 뻗어나가는 토스의 질과 직결됐다 물론 주전 세터 간의 기량 차이가 꽤 컸다. 나나미의 물오른 경기 운영 속에 이날 일본의 공격 성공률은 무려 53%에 달했다. 반면 한국의 공격 성공률은 34%에 머물렀다. 디그 성공률도 56%(29/52)-71%(34/48)로 크게 밀렸다.
한국에선 나현수만이 유일하게 14점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에이스 강소휘는 23.8%(5/21)의 공격 성공률로 5점에 그쳤고, 카자흐스탄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육서영도 일본의 촘촘한 수비 앞에선 파괴력이 크게 줄며 18.8%(3/16)의 공격 성공률로 4점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와다 유키코가 55.56%(12/27)의 성공률로 15점을 몰아쳤고, 사토 요시노도 13점으로 뒤를 받쳤다. 미들 블로커인 야마다 니치카도 공격 득점만 12점을 올리는 등 코트 가운데서 한국 블로커들을 흔들었다. 아키모토 미쿠도 12점을 기록해 네 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한 세트를 딸래야 딸 수 없었던 경기였던 셈이다.경기 뒤 차상현 감독도 “격차를 인정해야 한다”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일본은 정교한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는 패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 점에 있어서는 칭찬해주고 싶다”면서 “일본이 수비할 수 없을 정도의 강도로 서브를 때리더라. 나름대로 공략하려고 했는데 아쉽다. 앞으로 더 잘 준비해서 격차를 줄여야 한다. 많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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