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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잡’ 청년 배우 장경애 “현실의 삶, 연기의 가장 큰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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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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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경애(39)씨는 세 가지 직업을 오가며 숨 가쁘게 살아간다. 유럽 단체 관광객을 안내하는 현지 가이드로, 출장이 없는 날은 부모님이 운영하는 치킨집 일손을 거드는 딸로, 그리고 연기자로 무대에 오른다.

 

배우 장경애
배우 장경애

장씨에게 연기자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학창 시절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부모님의 지원 속에 연기를 전공하고 배우의 꿈을 키웠으나 문턱은 높기만 했다. 현실적인 생계유지라는 과제 앞에서 그가 선택한 대안은 유럽 현지 가이드였다. 출장이 없는 날에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신을 뒷바라지해 준 부모님의 치킨집으로 출근해 일손을 보탰다.

 

그러나 세 가지 일을 병행하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늘 연기를 향해 있었다. 장씨는 생계 현장에서의 치열한 경험이 오히려 연기의 깊이를 더하고 인물을 이해하는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대본을 보고 혼자 생각한 대로 해석하는 연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 일을 하면서 다양한 국가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났고 가게에서는 수많은 손님의 다채로운 인생사를 접했습니다. 특히 가이드 일정 중 부모님 또래 어르신들의 말투와 대화법, 자연스러운 유머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이런 현장 경험과 사람들과의 호흡이 연기 활동에 마이너스가 아닌 큰 자산이 됐습니다.”

 

장씨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장씨는 최근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고전 명작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캐스팅됐다. 대학 교수이자 이번 작품의 공동 연출을 맡은 윤현식 교수가 장씨의 가능성을 보고 캐스팅 리스트에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장씨는 지난 5월 미팅 소식을 듣고 대학로로 향하던 날을 떠올리며 “믿기지 않아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배우 송일국과 송선미, 사강 등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하는 연습 과정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첫 대본 리딩 당시 긴장감으로 연출진의 지적을 받기도 했고 스스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장씨는 연습 시간보다 항상 일찍 연습실에 도착해 발성과 몸을 풀며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배우 장경애가 출연하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포스터.
배우 장경애가 출연하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포스터. 

장씨의 성실함을 본 선배들과 연출진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첫 리딩 후 힘을 실어준 송일국을 비롯해 합을 맞추는 장면마다 구체적인 조언을 건넨 송선미, 멘토 역할을 해준 사강 등 동료 배우들의 격려 속에 장씨는 점차 무대 위에서 제 자리를 잡아갔다.

 

이번 작품에서 장씨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 스탠리와 스텔라의 위층에 사는 이웃 ‘유니스’다. 다양한 이민자가 모여 사는 미국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털털하고 의리 있는 성격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이다. 장씨는 “화려하게 드러나는 바이올린은 아니지만 극의 중심과 음색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비올라나 첼로 같은 역할”이라며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대사 하나, 행동 하나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극의 주제인 ‘욕망’과 ‘현실’처럼 현재 장씨의 목표 또한 명확하다. 더 많은 오디션에 도전하고 무대에 서는 기회를 늘려가는 것이다. 장씨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시대 청년들에게 “살아가면서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지 않다”며 “현실적인 어려움과 금전적인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다듬어 가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10년 뒤의 자신에게는 “당시의 고단함과 공허함은 모두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앞으로 이정은·고수희·라미란 배우처럼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감초같은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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