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0만원 쏟아부은 열정, ‘특선 수상’으로 결실 맺은 박서진의 민화
품바단에서 시작해 ‘가왕’까지…‘장구의 신’ 박서진이 걸어온 길
트로트 가수 박서진이 무대의상과 장구채 대신 조선시대 씨름꾼 분장을 한 채 붓을 들었다. ‘2026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 분장놀이’ 권역 본선 무대에서였다. ‘장구의 신’으로도 불리는 박서진은 평소 민화 제작에도 깊은 애정을 보이는 등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무대 위 화려한 퍼포먼스 뒤에 숨겨진 전통문화를 향한 그의 꾸준한 행보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 ‘호작도’부터 김홍도 ‘씨름’까지…박서진 남매의 국중박 분장놀이
박서진은 지난 13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 권역 본선에 여동생 박효정씨와 함께 출전했다. ‘국중박 분장놀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재현하는 행사다. 본선에는 전국 275개 팀 중 50개 팀만이 진출했다.
박서진과 박씨는 ‘삼천포 남매 씨름단’으로 등장해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1745∼1806)의 ‘풍속도첩’ 가운데 ‘씨름’을 재해석했다. 이들은 ‘씨름’을 통해 씨름판을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해학적인 분장과 연출로 선보였다.
박서진은 본격적인 ‘분장놀이’ 도전에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직접 찾았다. 지난 7월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 대회 준비 과정을 공개한 그는 박물관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털어놓기도 했다.
방송에서 박서진은 “예전에는 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모아두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최근 민화를 배우며 작품의 의미와 이야기를 알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며 “민화를 그리며 머릿속이 역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민화 ‘호작도’부터 대표적 불상인 ‘금동연가칠년명여래입상’까지 박씨를 상대로 다채로운 분장 시도를 거친 그는 최종적으로 김홍도의 ‘씨름’을 선택했다. 19일 열린 최종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남매가 함께 오른 본선 무대는 시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단순 취미 넘어 정식 전시회를 목표로…붓끝에 담긴 박서진의 진심
박서진이 이번 분장놀이에 참가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평소 취미인 ‘민화’의 영향이 컸다. 가루 물감에 아교를 직접 섞어 물감을 제작할 정도인 박서진은 “민화를 그리면 머릿속이 비워지는 듯해 그 순간이 행복하다”라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민화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서진의 민화 열정은 그의 투자 금액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박서진이 밝힌 민화에 투자한 금액만 2000만∼3000만원으로, 그가 작품에 쏟는 정성을 짐작게 했다. 기본 한지는 장당 6만원이며 1950∼1970년대 제작된 전통 종이의 경우 장당 50만원에 이르렀고 가루 물감 구매에는 60만원이 들었다. 여기에 민화 전용 태블릿 250만원, 작업 책상 20만원 등 기초 장비를 갖추는 데도 수백만원을 아끼지 않았다.
섬세한 붓 터치가 생명인 민화 작업 특성상 붓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박서진은 색마다 각기 다른 붓을 사용하고 있어 보유한 붓만 최소 100개가 넘는다. 또한 붓모가 쉽게 마모되는 특징을 고려해 1개월에서 6개월 주기로 붓을 교체하고 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제작한 80만원 상당의 고가 붓부터 개당 15만원의 붓까지 품목도 다채롭다.
아낌없는 투자는 결실로 이어졌다. 박서진은 지난 7월 직접 그린 모란도로 제18회 국제전통예술대전에서 특선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그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정식 전시회에 작품 9점을 내걸겠다는 목표로 현재도 작업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 ‘품위 잃는다’ 멸시받던 장구, 트로트 판을 흔드는 ‘장구의 신’으로
박서진은 ‘장구의 신’이라는 수식어답게 전통 악기인 장구에도 일가견이 있다. 박서진은 20대 초반 품바단에 들어가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때 노래와 장구 연주를 동시에 선보이는 가수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는 트로트를 부르며 장구를 치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과거 박서진은 선배 가수들로부터 “가수가 장구를 잡아 가수의 품위를 잃게 한다”는 멸시와 혹평을 듣기도 했으나 작은 행사와 지역 무대를 마다치 않고 꾸준히 오르며 실력을 다졌다.
그 결과 박서진은 특유의 힘 있는 창법과 화려한 장구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대표곡 ‘밀어밀어(2018)’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TV조선 ‘미스터트롯(2022)’에 출전해 큰 화제를 모은 데 이어 MBN ‘현역가왕(2024)’에서 2대 가왕을 차지하며 대세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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