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내가 없으면 꼭 맡아달라”…‘피터팬 아버지’ 뜻 잇는 변경희 위원장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수정 :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글 선호 매체 등록
법인 설립 기본재산 5억원…후원금 확보가 첫 고비
성인 중증 자폐인 자립공동홈 10곳 구축 목표
“제도 완비 전 사각지대 메우는 역할”
“피터팬 아버님(고 전경철씨)이 생전에 자주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삶의 벼랑 끝에 선 피터팬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 나 혼자 특혜를 누릴 순 없지 않느냐’고….”

 

20일 변경희 피터팬재단 설립추진위원장은 재단 설립의 이유를 묻자 고인이 생전에 하던 말을 나지막이 되새겼다. 대대적인 언론 보도로 중증 자폐인 아들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던 전씨. 그는 잠깐의 기쁨을 뒤로 한 채 또다른 ‘피터팬 부모’들을 떠올리며 피터팬 재단 설립을 추진했고 이제 변 위원장이 그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이다.

변경희 피터팬 재단 설립추진위원장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피터팬 재단 설립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변경희 피터팬 재단 설립추진위원장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피터팬 재단 설립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변 위원장은 한신대 재활상담학과 교수로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재활상담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과 한국에서 20여년간 장애인 자립과 주거 연구에 매진해 온 현장 전문가다. 전씨가 생전에 재단의 미래를 맡기기 위해 공을 들여 섭외한 인물이기도 하다.

 

변 위원장은 “(전씨가) ‘죽을 날을 받으면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면서 ‘내가 없으면 이 모든 일을 꼭 맡아주셔야 한다’고 당부하셨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고인이 남긴 유지는 이제 변 위원장이 평생을 걸고 완수해야 할 과업이 됐다.

 

변 위원장의 목표는 고인의 뜻을 이어 재단을 공식 출범시킨 뒤, 성인 중증 자폐인을 위한 자립공동홈 ‘피터팬의 네버랜드’ 10곳을 구축·운영하는 것이다. 강한 도전적 행동(폭력성 등) 탓에 공공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성인 중증 자폐인들이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 벼랑 끝 피터팬 부모와 피터팬의 ‘안정망’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네버랜드’의 밑그림은 이미 구체화됐다. 중증 자폐인의 정서적 안정과 생활 편의를 고려해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긴급 의료 접근성이 확보된 입지를 찾고 있다. 탁 트인 자연 속 생활이 자폐인의 스트레스를 대폭 줄여준다는 것이 전문가로서 변 위원장의 설명이다. 변 위원장이 보여준 마을 구상도에는 넓은 중앙 마당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숙소동이 둘러서 있었다. 그는 “개인 주거 공간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넓은 마당에서 닭이나 채소를 키우며 농장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 주거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변경희 피터팬 재단 설립추진위원장 /2026.09.11 남정탁 기자
변경희 피터팬 재단 설립추진위원장 /2026.09.11 남정탁 기자

문제는 ‘자금’과 ‘부지’다. 재단 추진의 상징적 인물인 전씨가 세상을 떠난 뒤 각계각층의 뜨거웠던 관심은 눈에 띄게 식어가고 있다. 재단 법인 설립에만 최소 5억원의 기본재산이 필요하지만, 약속됐던 시민들의 후원금은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재단 파트너로 참여를 타진하던 기업들도 주춤하고 있다.

 

변 위원장은 “지금이 재단 설립의 가장 큰 고비”라며 “최근에 재단 블로그와 페이스북 계정도 만들었다. 재단이 첫발을 떼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네버랜드를 지을 땅을 구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라며 “부지만 마련되면 건물을 지어주겠다는 손길은 여럿 있는 만큼, 국유지 지원이나 뜻있는 분들의 토지 기부가 이뤄진다면 더없이 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단이 설립되면 정부의 ‘24시간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사업’ 공식 수행기관으로 지정받는 것이 다음 과제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아이들을 향한 돌봄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정치권의 관심은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터팬 아빠 전경철님이 마지막까지 걱정했던 아들의 내일을 잊지 않겠다”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오직 아들의 앞날을 걱정했던 아버지의 눈물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고 애도했다. 같은 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1대1 통합돌봄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제도 정비만으로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기엔 한계가 있다.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이유 탓에 체격이 크고 도전적 행동이 강한 중증 자폐인을 기피하는 현장의 문턱을 당장 낮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생전의 전씨가 걱정했던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변 위원장은 “(전씨는) 제도가 완벽히 정비되기까지 자신 같은 부모들이 매년 수십 명씩 나올 것을 깊이 우려하셨다”며 “네버랜드가 제도 완비 전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피터팬재단 출범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피니언

포토

카리나, 패딩 패션으로 드러낸 핫한 몸매
  • 카리나, 패딩 패션으로 드러낸 핫한 몸매
  • 안은진, 드레스 입고 뽐낸 청순미
  • 수지 '눈부신 미모'
  • 레드벨벳 웬디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