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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거리 두는 佛 르펜… 대선 앞두고 ‘중도 확장’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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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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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의 행태 강한 어조로 규탄
“佛 외교, 모스크바 아닌 파리가 결정”
대선 필승 위해서는 중도층 흡수 필수

프랑스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58) 국민연합(RN) 전 대표가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르펜이 이끈 RN은 오랫동안 친(親)러시아 성향이 강했으며,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소극적이었다. 일각에선 르펜이 대권을 잡을 가능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그가 중도층을 의식해 기존의 ‘극우’ 정치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프랑스 강성 우파 정치인이자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가운데)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방에서 대선 유세를 하는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강성 우파 정치인이자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가운데)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방에서 대선 유세를 하는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르펜은 이날 조르당 바르델라(31) RN 현 대표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를 강한 어조로 규탄했다. 러시아가 최근 독일 공항의 우크라이나 수송기를 겨냥한 폭발물 드론(무인기) 공격을 시도하는 등 이른바 ‘하이브리드’(회색지대) 전술을 펴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프랑스 대형 마트 ‘오샹’(Auchan) 등 러시아에 진출한 유럽 대기업들을 러시아 정부가 강압적 통제 아래에 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르펜과 바르델라는 성명에서 “러시아 등 외국 세력이 협박, 위협, 불안정 조성 또는 심리적 압박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책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좌우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 외교 정책은 모스크바가 아니라 파리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프랑스를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오랫동안 르펜은 ‘푸틴 및 그 측근들과 너무 가까게 지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RN은 르펜이 대표이던 시절 러시아 은행에서 940만유로(당시 환율로 약 127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애초 상환 만기 시점은 2019년 9월이었는데, 프랑스 대선을 한 해 앞둔 2016년 갑자기 대출 상환이 2028년으로 미뤄졌다. RN으로선 정치자금 조달 부담에서 숨통이 트였다. 이를 두고 러시아 당국이 르펜의 대선 출마와 당선을 돕기 위해 특혜를 베푼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프랑스 대선을 앞둔 지난 2017년 3월 유력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마린 르펜(왼쪽)이 크레믈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그해 대선에서 르펜은 결선 투표에 진출했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에게 져 낙선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선을 앞둔 지난 2017년 3월 유력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마린 르펜(왼쪽)이 크레믈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그해 대선에서 르펜은 결선 투표에 진출했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에게 져 낙선했다. AFP연합뉴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르펜은 대출을 둘러싼 의혹을 비롯해 그간의 친러시아 행보 때문에 프랑스 국민의 거센 분노에 직면했다. 결국 르펜은 “전쟁 발발 6개월 만에 러시아 은행에서 빌린 돈을 모두 상환했다”고 밝혀야 했다.

 

그랬던 르펜이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는 것은 오는 2027년 4∼5월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군소 정당 대표까지 여러 후보자가 출마하는 대선 1차 투표는 일종의 예비선거로, 여기서 과반 지지율을 얻어 당선자가 나올 개연성은 거의 없다. 결국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두 후보가 겨루는 2차 결선 투표에서 승패가 가려진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는 대권 주자들 가운데 르펜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결과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문제는 르펜이 1차 투표에서 이겨 결선에 오르면 RN을 극우 세력으로 여겨 경계하는 좌파와 우파가 ‘극우 집권만은 막자’라는 대의 아래 손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르펜은 당선을 장담하기 힘들다. 르펜과 RN으로선 극우 이미지를 떨치고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적극 공략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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