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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라니…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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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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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관이라면 국제 무대에서 북한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 과거 재외공관에서 근무한 어느 외교관의 회고가 눈길을 끈다. 타국 외교관을 집으로 초청해 정성껏 식사 대접을 한 뒤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좋아졌을 것’이란 생각에 뿌듯해할 때 손님이 난데없이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오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남한(South Korea)에서 왔나요, 아니면 북한(North Korea) 출신인가요?” 쇠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아찔했을 것이다.

 

국제 스포츠 대회 경기장에 태극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게양된 모습. 사진은 지난 2024년 8월 파리 올림픽 당시의 장면이다. 연합뉴스
국제 스포츠 대회 경기장에 태극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게양된 모습. 사진은 지난 2024년 8월 파리 올림픽 당시의 장면이다. 연합뉴스

남한은 물론 북한도 공식 국호는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남한은 ‘대한민국’(ROK),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는 명칭을 각각 쓴다. 그래서인지 해외에서 열리는 학술회의 등에 참석한 한국인들 중에는 자신의 명패에 ‘사우스코리아’라고 적힌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가 더러 있다. 일부는 주최 측에 정식 국호인 ‘ROK’로 바꿔 달라며 항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곧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남한이란 표현에 익숙한 외국인들은 정작 ROK를 DPRK, 그러니까 북한으로 오해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니 이것 참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1982년 8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일환으로 가봉을 국빈 방문했다. 공식 환영식에서 가봉 군악대가 북한 국가를 연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격앙된 청와대 참모진은 “남은 일정을 모조리 취소하고 즉시 출국하자”고까지 했다. 대통령을 수행하던 이범석 외무부 장관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물론이다. 가봉 주재 대사를 불러 심하게 다그친 것으로도 모자라 “서울로 돌아가면 당장 소환하겠다”고 윽박질렀다. 중견 외교관에겐 견디기 힘든 모욕이었을 것이다. 눈물까지 흘리는 대사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되레 이 장관을 뜯어말렸다고 한다.

 

지난 18일 열린 ‘2026 일본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한국 대 방글라데시 남자 하키 경기 전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되자 한국 선수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8일 열린 ‘2026 일본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한국 대 방글라데시 남자 하키 경기 전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되자 한국 선수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AP뉴시스

19일 정식으로 개막한 ‘2026 일본 아이치(愛知) 나고야(名古屋) 아시안게임’ 진행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개막식 하루 전인 18일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남자 하키 조별리그 A조 시합은 국가 연주 과정에서 애국가 말고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대한체육회의 항의를 받은 대회 조직위원회는 우리 측에 정중히 사과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인 이날은 한국과 홍콩의 여자 핸드볼 경기에 앞서 국가 연주가 아예 생략되고 말았다. 우리 대표팀 감독이 “국제 대회에서 이런 적이 없었다”고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였으니 젊은 선수들이 느겼을 당혹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싶다. 남은 대회 기간 이런 일은 결코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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