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첫 AG 메달 확보
복식 동료들 탈락 속 홀로 남아 결승행…“이 선수들 이름도 알리고 싶었다”
[나고야=권준영 기자] “메달을 못 따면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뭘 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 우리가 준비한 시간이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웠다.”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 진출한 이준석(27)이 19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4강전을 마친 뒤 털어놓은 말이다. 이준석은 올해 2월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 일을 그만두고 훈련에 집중했다.
테크볼은 축구와 탁구를 결합한 형태의 스포츠다. 가운데가 휘어진 특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축구공을 발·머리·가슴·허벅지 등 손과 팔을 제외한 신체 부위로 주고받는다. 공이 상대 코트에 두 번 튀기 전에 넘겨야 하고, 탁구처럼 네트를 사이에 둔 채 공의 낙하지점과 회전, 공격 각도를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2010년대 들어 국제대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테크볼은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다.
이준석은 이날 에이단 자이드(쿠웨이트)와의 4강전에서 1세트를 12-10으로 따냈다. 2세트에서도 3-2로 앞서던 순간 자이드가 햄스트링을 부여잡고 코트에 쓰러졌다. 치료를 받았지만 경기를 이어가지 못했고 기권을 선언하면서 이준석의 결승 진출이 확정됐다.
자이드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나갔다. 믹스트존으로 나온 이준석은 자이드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허리를 깊이 숙여 존중을 표했다. 이준석은 서로 100%의 기량을 펼쳐 승부하기를 바랐던 만큼 상대의 부상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경기 도중 상대가 쓰러지는 모습을 직접 본 데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도 전했다. 그러면서 결승 진출과 메달 확보에 대해서는 “굉장히 기쁘고 메달을 확보해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이준석은 한국 선수 최초로 결승에 올랐다. 조별리그 5경기와 8강전, 4강전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한국 테크볼의 첫 아시안게임 메달도 확보했다.
이준석이 메달에 기대를 건 데에는 함께 대회를 준비한 선수들이 있었다. 자신의 성적이 동료들의 향후 선수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내가 메달을 따면 나뿐 아니라 같이 대회를 준비한 선수들도 조금 더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되고 그러면 테크볼이 생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한국 테크볼 대표팀은 이준석과 이태빈, 김은준, 장은서 등 4명이다. 이준석-이태빈의 남자 복식은 8강에서, 김은준-장은서의 혼합 복식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단식에서 이준석만 남은 상황에서 그는 동료들의 이름까지 함께 알리고 싶었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내가 꼭 메달을 따서 이 선수들의 이름도 사람들이 같이 많이 알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며 “복식이 다 탈락했고 나만 남았기 때문에 그 선수들의 아쉬움까지 내가 꼭 풀어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메달을 확보한 이준석은 20일 같은 장소에서 알레야위 알리 잘릴 메즈헤르(이라크)와 금메달을 다툰다. 결승에서도 자신의 경기 방식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결승전이면 정말 마지막 경기”라면서 “내가 해온 것처럼, 오늘 경기한 것처럼 미친 듯이 경기에 몰입하면, 내가 준비한 대로만 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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